5개 구단 이상 ML스카우트 시선 고정 쌀쌀한 날씨 속 150km투구 감탄 연발 2014년후엔 FA…한신·오릭스도 관심
“와우!”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B조 경기가 펼쳐진 대만 타이중 인터콘티넨탈구장에 모인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은 오승환(31·삼성)이 공을 던질 때마다 탄성을 쏟아냈다. 4일 한국-호주전 9회말.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은 슬슬 자리를 정리하다 오승환이 교체돼 마운드에 오르자 다시 모든 시선을 고정했다. 시속 150km(전광판 기준)의 직구를 연이어 뿌리며 두 타자를 삼진으로 잡자 “이 날씨에 대단하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현재 타이중의 날씨는 이상기온으로 매우 쌀쌀하다. 그러나 오승환은 반소매 언더셔츠를 입고 150km 이상의 공을 연이어 던졌다. 5일 대만-한국전을 앞두고 한 스카우트는 기자에게 “2년 뒤 FA(프리에이전트)가 되는 것이 맞느냐”고 묻기도 했다.
1라운드 공식 평가전 때부터 한국 경기에는 LA 다저스를 비롯한 5개 이상의 메이저리그 구단 스카우트들이 찾아와 유심히 한국 선수들을 관찰했다. 그들에게 WBC는 가장 검증된 공개 오디션의 장이다. 지난 시즌 국내서 류현진(LA 다저스)과 윤석민(KIA)의 등판 경기를 지켜본 낯익은 얼굴도 있고, 새롭게 파견된 스카우트도 있다. 뉴욕 양키스는 부사장급 고위인사를 파견했다. 한 스카우트는 “메이저리그에선 한국 마무리투수에 관심이 매우 높다. 선발보다 마무리 중에서 메이저리그에서 경쟁력 있는 투수들이 많은 것 같다”고 귀띔했다.
시즌 162경기를 5선발체제로 소화하는 메이저리그에서 아직 동양인 투수가 7∼8년 꾸준히 로테이션을 지킨 사례는 드물다. 동양인 최다승 투수 박찬호도 FA 이후 부상으로 주춤했다. 대만 왕젠민, 일본 마쓰자카 다이스케 등도 한때 정상급 선발투수로 활약했지만 모두 몇 해 만에 부상으로 쓰러졌다. 이런 영향으로 최근 메이저리그는 동양인 불펜투수와 마무리투수에 더 많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2011년 말 메이저리그 진출을 시도한 정대현(롯데)과 지난해 말 시카고 컵스와 계약한 임창용도 같은 맥락이다.
오승환은 이미 2006년 제1회 WBC에서 메이저리그 타자들에게 “시속 170km를 던지는 것 같다”는 찬사를 받았다. 그 때는 해외 진출 자격 획득이 요원했지만, 이제는 사정이 다르다.
2014시즌 후 완전한 FA가 되는 오승환에 대해 일본 구단들은 이미 공공연하게 영입의사를 밝혀왔다. 5일 일본 데일리스포츠는 한신이 오승환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오승환을 ‘주니치에서 뛴 선동열(KIA 감독) 이상으로 볼 수 있는 투수’라고 높게 평가했다. 이대호가 소속된 오릭스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오릭스 관계자는 5일 스포츠동아와의 전화통화에서 “지금은 삼성 선수이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게 예의가 아니지만, 해외 진출 자격을 얻게 되면 당연히 관심을 기울일 선수다. WBC에서 역시 좋은 공을 던지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