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인 역전승을 거두고도 웃을 수 없었다. 한국이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2승1패를 기록하고도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WBC는 한국야구사에 ‘타이중 참사’로 기억될 수밖에 없다. 한국은 5일 대만 타이중 인터콘티넨탈구장에서 열린 WBC 1라운드 B조 최종전에서 8회 강정호의 역전 결승 좌월2점홈런에 힘입어 대만에 3-2로 승리했다. 이로써 한국은 네덜란드, 대만과 2승1패로 타이를 이뤘지만, 득실점차에서 3위에 그쳐 2라운드 진출 티켓을 획득하는 데 실패했다.
1차전 네덜란드전 0-5 참패로 한국은 이날 대만전에서 6점차 이상으로 이겨야 2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었다. 그러나 부담감은 오히려 대표팀의 발목을 잡았다. 의욕만 앞섰지 몸이 굳었고, 오히려 서두르다 초반 흐름을 내주고 말았다.
1회말 2사 후 1루주자 정근우는 2루 도루에 성공했지만, 상대 포수의 악송구를 틈타 무리하게 3루까지 내달리다 아웃되고 말았다. 대량득점이 필요한 팀의 처지와 2사라는 상황 판단도 하지 못하고 허무하게 아웃되면서 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첫 실점도 뼈아팠다. 3회초 2사 1루서 대만 4번타자 린즈셩의 중전안타 때 중견수 전준우가 성급하게 타구를 처리하다 놓치는 바람에 실점하고 말았다. 먼저 득점해도 모자랄 판에 실점부터 하자 대표팀은 더 조급해질 수밖에 없었다. 4회초 2사 2루선 양다이강에게 적시타를 맞고 2점째를 내줬다.
한국은 3회 2사 1·2루서 이승엽이 좌익수플라이, 4회 2사 만루서 대타 김태균이 중견수플라이로 물러나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마음을 비운 덕일까, 아니면 한국야구에게 ‘약속의 8회’였기 때문일까. 0-2로 끌려가던 대표팀은 8회말 기어코 역전에 성공했다. 선두타자 이승엽의 2루타와 이대호의 적시타로 1점을 만회한 뒤 계속된 2사 1루서 강정호의 좌월2점포가 터지면서 3-2로 경기를 뒤집었다.
대만전 역전승으로 최악의 상황은 면했지만, 한국야구에 있어서 ‘타이중 참사’는 충격이다. 프로선수가 국제대회에 참가한 뒤 2003년의 ‘삿포로 참사’와 2006년의 ‘도하 참사’에 이은 3대 참사로 기록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