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디션이 좋지 않아 링거를 맞으러 가는 길이라고 했다. 목소리도 잠겨 있었다. 그러나 메시지는 명확했다.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했던 이대호(31·오릭스)가 1라운드 탈락과 관련해 “전적으로 선수들 잘못”이라고 자책하며 현재 코칭스태프를 향해 쏟아지고 있는 비난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하루 전 대표팀 멤버 중 유일하게 김해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부산에서 쉬고 있는 그는 7일 전화통화에서 “최선은 다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다. 많은 팬들이 응원해주시고 기대해주셨는데, 보답하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라며 “선수 입장에서 류중일(삼성) 감독님께도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표팀 코칭스태프에 대한 여론의 질타에 대해 “그 어느 누구보다도 감독님을 비롯한 코칭스태프께서 많은 고민을 하셨을 것이고, 그렇게 보였다. 선수들 나름대로 열심히 했는데, 결과가 좋지 못했다. 코칭스태프 책임이 아니라 모든 건 선수들 잘못이다”고 밝혔다. 이어 “에이스급 투수가 빠졌고, (대표팀) 선수들 중에도 몸이 좋지 않은 선수가 제법 있었다. 그렇다고 이것이 변명이 될 수는 없고, 변명을 해서도 안 된다”며 “모든 건 나를 비롯한 선수들 잘못이다. 코칭스태프에 대한 질책은 이제 거둬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개인적으로 일본무대에서 2번째 시즌을 앞둔 마음가짐도 전했다. “대만에서 고작 세 게임을 치렀을 뿐인데, 이상하게 몸과 마음이 피로하다. 지금 병원에 링거를 맞으러 가는 길”이라며 “이번 대회에서 부족했던 부분에 대해선 아쉬움은 분명히 짚어보겠지만, 그렇다고 거기에 집착하지도 않겠다. 이제 오릭스 선수로서 또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대호는 8일 일본 오사카로 출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