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발탁됐던 이용찬(두산)이 팔꿈치 부상을 당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난달 1일, 롯데 김시진 감독은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류중일(삼성) 대표팀 감독이었다. 류 감독은 “롯데에서 송승준 좀 데려가게 해주소”라고 부탁했고, 김 감독은 “안 된다”고 답했다. 이미 주전선수 4명이 차출된 상황이라 새로 부임한 사령탑으로서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감독은 곧 대표팀이 WBC 4강에 들면 송승준도 최정(SK)과 마찬가지로 부족한 FA(프리에이전트) 연한을 채워 FA 신청을 1년 앞당길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김 감독은 넥센과의 시범경기가 열린 12일 사직구장에서 “결국 단장님과 상의해 다음날 다시 류 감독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뒷얘기를 털어놀았다. 평소 아끼던 후배인 류 감독의 청이 마음에 걸렸던 데다, 송승준에게도 중요한 기회라 여겼기 때문이다. 그냥 류 감독에게 딱 하나만 부탁했다. “아프지 않게만 돌려보내달라.”
결국 대표팀행 막차를 탄 송승준은 호주전에서의 호투로 제 몫을 다했다.
한국이 1라운드에서 탈락하면서 목표를 이루지 못한 게 안타까움으로 남을 뿐이다. 김 감독은 “약속대로 무사히 돌아와줬으니, 마음에 남은 상처만 빨리 털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