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숙한 김연아, 심판들도 녹였다

김연아. 스포츠동아DB

■ 그녀는 왜 세계 최고인가?

쇼트서 롱에지 판정 받은 트리플 플립
프리서 완벽 성공…1.90 가산점 얻어
종전 낮은 레벨 스핀도 대부분 레벨 업
정신력으로 ‘자신과의 싸움’ 이긴 것

‘피겨여왕’이 돌아왔다. 김연아(23)가 17일(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 버드와이저 가든스 빙상장에서 열린 201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피겨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148.34점을 받아 총점 218.31점(쇼트프로그램 69.97점 포함)으로 세계 정상에 복귀했다. 라이벌은 없었다. 쇼트에서 편파판정을 내렸던 심판들마저도 김연아의 화려한 날갯짓에 넋을 잃었다. 왜 세계 최고인지 알 수 있는 ‘완벽한 연기’였다.

○점프·스핀·퍼포먼스, 단점 없었다!

김연아는 이날 프리스케이팅 ‘레미제라블’의 첫 기술요소였던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깔끔하게 성공하며 기분 좋게 출발했다.

15일 쇼트프로그램에서 감점됐던 트리플 플립도 안쪽 날을 이용해 정확히 뛰었고, ‘교과서의 점프’라고 불리는 트리플 러츠를 비롯한 모든 점프 요소를 완벽하게 구사했다. 이전 두 차례 대회에서 강화된 규정 때문에 낮은 레벨을 받았던 스핀도 레이백스핀(레벨3)을 제외하고 모두 레벨을 끌어올렸고, 긴 프로그램(4분)을 소화하는 데 필요한 체력도 충분했다. 예술점수는 따라올 이가 없었다. 스케이팅 기술, 퍼포먼스, 프로그램 이해력, 안무 등의 요소에서 9점대의 높은 점수를 골고루 받았다.

○심판 이중잣대, 실력으로 누르다!

김연아는 15일 쇼트프로그램 ‘뱀파이어의 키스’에서도 ‘클린 연기’를 펼쳤다. 스스로는 “첫 번째 플라잉 카멜 스핀에서 조금 흔들렸다”고 밝혔지만, 눈에 띄는 실수는 없었다. 그러나 심판들은 김연아에게만 유독 박한 점수를 줬다. 트리플 악셀 점프(3회전 반) 때 두 발로 착지한 아사다 마오(일본)에게 가산점을 주면서, 실수 없이 뛴 김연아의 트리플 플립에 롱에지(잘못된 에지 사용) 판정을 내렸다. 김연아는 심판들의 이중잣대에 실력으로 맞섰다.

특히 문제가 됐던 트리플 플립을 완벽하게 성공시키며 1.90점의 가산점(기본점수 5.30점)을 받아냈다. 이는 NRW 트로피에서 받았던 가산점 1.40점보다 0.50점이나 많은 점수. 심판들도 퍼펙트한 김연아의 연기에 더 이상 꼬투리를 잡을 수 없었던 것이다.

○부담감? 정신력으로 극복하다!

김연아는 3년 만에 메이저대회에 출전하면서 “나에게 많은 기대를 하지 않겠다”, “소치올림픽 출전 티켓 2장만 생각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주위의 높은 기대치 때문에 부담을 느끼지만 최대한 마음을 비우겠다는 의미였다.

물론 쉽진 않았다. 실제 그녀는 쇼트프로그램을 앞두고 “나도 인간인지라 대회에 나가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고 속내를 내비쳤다. 김연아는 지독하리만큼 외롭고 고독한 자기 자신과의 싸움을 강한 정신력으로 이겨냈다. 그녀가 세계피겨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여자 선수로 칭송받는 이유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트위터 @hong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