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간지 시카고트리뷴의 기사는 이렇게 시작한다. ‘골프처럼 이번 피겨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 싱글 부문도 1부 투어와 2부 투어로 나눴어야 했다. 하나는 김연아를 위한 것이고 또 하나는 나머지 모든 선수를 위한 것이다. 김연아는 라이벌들보다 한참 앞서 있었기 때문이다.’
30년 넘게 겨울 스포츠 현장을 누빈 베테랑 필립 허시 기자(66)의 생각처럼 ‘돌아온 피겨 여왕’ 김연아(23)의 연기는 다른 선수들과는 격이 달랐다.
김연아는 17일 캐나다 온타리오 주 런던의 버드와이저 가든스에서 열린 201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피겨선수권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한 번의 실수도 없는 완벽한 연기로 148.34점을 받았다. 쇼트프로그램 점수(69.97점)를 합쳐 총점 218.31점을 얻은 김연아는 2위 카롤리나 코스트너(197.89점·이탈리아)를 20점 차 이상으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2010년과 2011 세계선수권에서 잇따라 준우승에 그친 김연아는 2년 만에 복귀한 올해 대회에서 압도적인 성적으로 정상에 오르며 여왕의 귀환을 전 세계에 알렸다. 2009년 로스앤젤레스 대회 이후 4년 만의 세계선수권 정상 탈환이다.
높은 점프와 우아한 몸짓, 애절한 표정 연기까지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 보여준 ‘여왕’의 모습 그대로였다. 오히려 당시에 비해 부담을 털어버린 듯 표정에는 한결 여유가 넘쳤다.
이번 대회 쇼트프로그램에서 심판들에게 다소 박한 점수를 받은 김연아는 이날 프리스케이팅에서는 주제곡 ‘레미제라블’에 맞춰 보란 듯이 완벽한 연기를 펼쳤다. 기술점수(TES) 74.73점과 예술점수(PCS) 73.61점으로 프리스케이팅에서 받은 148.34점 및 총점 218.31점은 두 부문 모두 여자 싱글에서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점수다. 역대 최고 기록도 김연아가 보유하고 있다. 김연아가 밴쿠버 올림픽에서 작성한 프리스케이팅 150.06점과 총점 228.56점이 세계 기록이다.
이날 김연아의 우승으로 한국은 내년 러시아 소치에서 열리는 겨울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 출전권 3장을 획득했다. 김연아도 올림픽 전초전이라고 할 수 있는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올림픽 2연패의 가능성을 높였다.
한편 쇼트프로그램에서 6위에 그친 아사다 마오(일본)는 총점 196.47점을 받아 3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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