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기도 나섰다가 심장마비 세상 등진 전주원코치 어머니 까만 리본 달고 투혼 불사른 그녀들 우승컵 품에 안고 축승회 대신 빈소로
임영희 14점·7리바운드 챔프전 MVP
경기 종료 버저가 울렸다. 하얗게 터지는 축포 사이로 우리은행 선수들이 달려나갔다. 코트 한 가운데서 주장 임영희(33)가 기다리고 있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눈물이 터졌다. 얼싸안고 울다 하나가 되어 쓰러졌다. 밟히고 또 밟히다 힘없이 시들기만 했던 그들. ‘만년 최하위’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녔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점점 강해진 생명력은 마침내 눈물 젖은 꽃을 피웠다.
지난 시즌 최하위팀 우리은행이 정규리그에 이어 챔피언 결정전까지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우리은행은 19일 용인체육관에서 열린 ‘KDB금융그룹 2012∼2013 여자프로농구’ 챔피언 결정 3차전에서 삼성생명을 66-53으로 꺾고 3연승으로 왕좌에 올랐다. 이로써 우리은행은 2006년 겨울리그 이후 7년 만에 통산 5번째 우승을 차지하는 감격을 맛봤다.
우리은행 사령탑으로 부임한 첫 시즌에 정규리그·챔피언 결정전 통합우승을 이끈 위성우 감독은 “우승만큼 좋은 게 없는 것 같다”고 감격하면서 “선수들이 정말 잘해줬다. 챔프전이라는 큰 경기를 치르면서 선수들이 성장하는 게 목표였는데, 성장은 물론 이렇게 좋은 결과를 얻게 돼 감독으로서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위 감독은 경기 종료 35초를 남기고 벤치에 있던 선수들을 대거 내보내 우승의 감격을 함께 누리게 했다.
챔프전 최우수선수(MVP)로는 이날의 14점·7리바운드를 포함해 1차전 17점·7리바운드, 2차전 16점·6리바운드로 맹활약한 임영희가 선정됐다. 임영희는 이날 3쿼터 종료 3분 전 50-36으로 스코어를 벌리는 쐐기 3점슛을 터뜨려 극적인 장면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한때 은퇴까지 고민하다 4년 전 우리은행에 둥지를 튼 뒤 농구인생의 전성기를 맞은 임영희다. 그 누구보다 감격적인 순간일 수밖에 없다.
임영희는 “힘든 과정을 다 이기고 우승하게 돼 정말 기쁘다. 무엇보다 (18일 세상을 떠난) 전주원 코치님 어머님께 우승컵을 전해드릴 수 있게 돼 다행”이라며 “내 농구인생에 새로운 전기를 열어준 우리은행에서 이렇게 좋은 순간을 함께 누릴 수 있어 행복하다”며 기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