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홍성흔(36)이 20일 대전 한화전에 1루수로 선발 출장했다. 예전 포지션은 포수. 1루와 외야 수비를 시도하긴 했지만, 주로 지명타자로 뛰었다. 그러나 두산 김진욱 감독은 ‘1루수 홍성흔’ 카드를 꺼내들었다. 김 감독은 “시즌 때도 활용할 생각이다. (김)동주가 3루, (홍)성흔이가 1루를 봐주면 공격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두산은 지난해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홍성흔을 영입하면서 중심타선을 강화했다. 현재 가장 파괴력 있는 타순은 붙박이 3번 김현수(좌익수)에 김동주, 최준석, 홍성흔이 4∼5∼6번을 맡는 것이다. 원래대로라면 김동주가 3루수, 최준석이 1루수, 홍성흔이 지명타자지만, 만약 홍성흔이 1루수를 볼 수 있다면 다양한 카드의 조합이 가능해진다. 물론 1루 수비가 불안해진다는 단점은 있다. 김 감독은 “한 가지를 얻으려면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 공격력을 극대화하고, 경기 후반 (대수비로 교체해) 지키는 야구를 하겠다”고 전략을 공개했다.
무려 1360일 만에 1루수로 선발 출장한 홍성흔은 “2009년(6월 28일 대전 한화전) 난생 처음 1루수 선발출장을 했는데, 번트 타구를 더듬은 적이 있다. 그때 우리(롯데) 덕아웃뿐 아니라 상대 덕아웃에서도 웃고 난리였다”며 걱정스러워했다. 실제 이날 2회말 추승우의 투수 앞 땅볼을 처리할 때는 다소 주춤거려 우려를 자아냈다. 그러나 4회말 정현석의 1루와 2루 간을 꿰뚫는 타구를 잡기 위해 다이빙 캐치를 시도했을 때는, 비록 타구가 글러브에 맞고 흘러 내야안타가 됐지만 1루수로서 긴민한 움직임을 보여줬다. 홍성흔은 “내가 공을 놓치는 모습을 보고 우리 팀 선수들이 많이 웃은 것만으로 만족한다. 선수 하면서 이렇게 흙을 많이 먹은 적은 처음”이라는 농담으로 1루수 출장 소감을 대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