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은 올 시즌 ‘뛰는 야구’를 주창하고 있다. 지난 시즌 팀도루 179개로 1위에 오른 팀이다. 올해도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발 빠른 야수가 많다는 사실에 안주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도루 ‘성공’만큼 ‘저지’가 함께 이뤄져야 진정한 ‘발야구’를 이뤄낼 수 있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20일 목동 SK전에 앞서 ‘뛰는 만큼 막아야 한다’는 원칙을 풀어놓았다.
○넥센은 뛴다!
넥센은 테이블세터는 물론 중심타자 3명(이택근∼박병호∼강정호)까지 모두 도루능력을 갖췄다. 이번 시범경기에서도 주자가 나갈 때마다 끊임없이 달리거나 달리는 척을 하면서 상대 배터리를 교란시키고 있다. 20일까지 팀 도루 17개로 2위 LG(11개)보다 6개나 많은 1위. 지난해 작전주루코치로 능력을 인정받았던 염경엽 감독은 “우린 발 빠른 선수들도 적지 않고, 박병호와 강정호 같은 선수들도 20도루를 할 수 있는 비결이 있다”며 “느린 주자가 나가면 상대 투수들이 대부분 마음을 놓고 던지지 않나. 그러나 ‘넥센은 전 타순이 다 뛴다’는 인식을 상대편에 심어주려고 한다”고 밝혔다. 일례로 포수 허도환처럼 발이 느린 주자가 도루를 하다 아웃을 당하더라도 개의치 않는다. “허도환까지 뛸 수 있다는 생각에 상대 배터리가 마음을 놓지 않는 효과를 노리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올 시즌 ‘발’과 ‘베이스러닝’에 대한 자신감이 충분히 읽힌다.
○상대팀은 못 뛴다!
그러나 넥센이 뛴 만큼 상대팀에 도루 기회를 내준다면 장점이 반감된다. 게다가 넥센 투수들은 대체적으로 슬라이드스텝(퀵모션)이 빠르지 않다. 염경엽 감독은 “우리 투수들은 원래 퀵모션이 느린 편이다. 마무리투수 손승락 정도가 그나마 가장 낫다”며 “그래도 이번 스프링캠프를 통해 전체적으로 조금씩 나아졌다”고 평가했다. 이뿐만 아니다. 넥센 코칭스태프는 캠프 내내 투수들에게 주자를 원래 자리에 묶어놓는 ‘홀딩’ 능력을 강조했다. 상대가 한 베이스를 더 가는 것만 막아도 훨씬 경기가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염 감독은 “봉중근(LG) 같은 선수가 구위가 썩 좋지 않을 때도 3점대 방어율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주자를 잘 묶어두는 능력 때문”이라며 “봉중근이 던질 때는 상대 주자들의 도루 시도가 현저히 적다. 장타를 맞지 않는 한 잘 실점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도루의 70%는 투수 책임이라고 본다. 우리 투수들도 주자들이 한 베이스 덜 가게 하는 방법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