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좌완 강윤구(23·사진)가 자주 듣던 말은 ‘공만 빠른 투수’였다. 제대로 던지는 날은 타자들을 경기 내내 압도했지만, 흔들리는 날은 늘 들쑥날쑥한 제구에 발목을 잡히곤 했다. 늘 탈삼진수만큼 많은 볼넷수가 따라다닌 이유다.
그러나 올해 강윤구는 팀 안팎에서 ‘달라졌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속도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제구와 경기운영에 집중한 덕이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21일 목동 두산전에 앞서 “확실히 마운드에서 여유로워졌다. 타자들을 상대할 때 강약을 조절하면서 타이밍 싸움에서 이길 줄 알게 됐다”며 “지난해보다 전체적으로 다 좋아진 것 같다”고 흐뭇해했다.
변화가 눈에 보인다. 시범경기 첫 등판이던 14일 목동 한화전에서 선발 4이닝 동안 공 59개를 던지면서 4안타 1볼넷 3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2번째 등판인 20일 목동 SK전에서도 5이닝 5안타 1홈런 1볼넷 2탈삼진 2실점. 볼넷이 각각 하나밖에 없었다는 게 고무적이고, 무엇보다 눈에 보이는 성적보다 구위와 투구 내용이 훨씬 더 좋은 점수를 받았다. SK 정근우가 “직구는 여전히 위력적이었다. 볼에서 힘이 느껴졌다”고 평가했을 정도.
비결은 있다. 그동안 지나치게 어깨에 힘을 끌어 모아 던지던 강윤구는 스프링캠프 동안 이강철 수석코치와 함께 투구폼을 간결하고 빠르게 바꿨다. 투구 템포도 빠르게 했다. 이 코치는 “공을 잡으면 시간을 끌지 않고 곧바로 던지도록 했다. 생각이 많아 좋을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강윤구 역시 변화에 만족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느낌이 좋다. 무엇보다 제구가 좀 잡히는 것 같아 기쁘다”며 “빠른 공을 한가운데로 던지는 것보다, 구속은 좀 떨어져도 낮게 던지는 게 더 좋은 것 같다”는 의젓한 대답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