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김응룡 감독은 21일 대전 삼성전을 앞두고 배팅 케이지에서 타격훈련을 하던 김태균(31)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김태균은 목 통증으로 17일 문학 SK전부터 결장해왔다. 그러자 가뜩이나 전력이 약한 한화는 중심을 잃고 힘을 쓰지 못했다. 20일까지 4연패에 빠졌다. 시범경기 1승1무6패로 최하위. 아무리 시범경기라지만 팀 분위기가 좋을 리 없었다. 김태균 스스로도 답답했던 모양이다. 목 상태가 완전치는 않지만, 침체된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이날 삼성전에 3번 1루수로 선발출장을 강행했다.
김태균이 있는 한화와 없는 한화는 천지차이였다. 한화는 김태균 효과를 톡톡히 보며 6-3으로 승리해 4연패에서 벗어났다. 김태균은 1회 2사 후 첫 타석에서 볼넷을 얻어나갔고, 1-3으로 뒤진 6회에는 선두타자로 나서 중전안타로 역전승의 발판을 놓았다. 이어 4번 김태완의 볼넷과 최진행의 역전 결승 3점포가 터졌다. 4-3으로 앞선 7회 2사 1루서 그는 삼성 차우찬의 몸쪽 공을 잡아당겨 승부에 쐐기를 박는 좌월2점홈런을 날렸다. 시범경기 2호 아치.
김태균은 경기 전 “우리 팀은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서로 뭔가를 채워주려고 하면 이길 수 있다. 누군가가 실수를 하면 다른 선수가 커버할 수 있는 팀이 돼야 한다”며 주장으로서의 바람을 나타냈다. 그래서일까. 그는 동료의 실수를 덮어주는 활약을 펼치며 솔선수범했다. 1회초 1사 후 박한이의 땅볼을 잡은 유격수 하주석이 악송구를 범했다. 이어 이승엽의 강습타구를 잡아낸 김태균은 1루를 찍은 뒤 몸을 돌려 2루에 던졌다. 멋진 더블플레이를 완성하면서 팀 분위기를 살렸다.
김태균은 진화를 위해 올 시즌 타격폼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타법의 변화. 지난해까지 ‘노스텝 타격’ 스타일을 유지했지만, 시범경기에서 왼 다리를 살짝 들었다 내려놓는 타법을 들고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그는 “노스텝은 힘이 많이 필요한데, 나이가 들면서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미래를 위해 조금씩 변화를 주면서 타격폼을 만들어가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두 발을 타석에 단단히 고정한 뒤 타격시 팽이처럼 잔뜩 뒤로 감았던 허리를 풀면서 몸의 회전력을 이용하는 노스텝 타법은 30대의 나이에 접어든 자신에게 맞지 않다는 결론이다.
올 시즌 거포 변신을 선언한 김태균은 “지난해 4할에 도전해봤지만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며 웃더니 “예전 홈런왕 했을 때(2008년 31홈런)만큼 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홈런왕에 대해선 “모르겠다. 다른 선수가 더 많이 칠 수도 있으니까”라며 손사래를 치면서 자신의 목표만 생각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