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동아가 2008년 3월 창간된 가운데 비슷한 시기에 김보경(24·카디프시티)도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U-19 청소년대표팀에 발탁되면서부터다. 이후 5년, 김보경은 빠른 성장세를 보였고, 이젠 빼놓을 수 없는 한국축구의 대들보가 됐다. 김보경은 잉글랜드 무대를 밟았다. 아직 챔피언십(2부 리그)에 머물지만 올 시즌 승승장구하고 있어 이변이 없는 한 프리미어리그(1부 리그) 승격이 유력하다. 빅(Big) 리그 클럽들의 러브콜을 뿌리치고 카디프시티에 둥지를 튼 것에 대해 일각에선 “잘못된 선택이었다”고 꼬집었으나 이젠 김보경의 결정은 ‘신의 한수’라는 평가로 바뀌었다. 스포츠동아는 웨일스 카디프 현지에 있는 김보경의 자택을 직접 찾아 다양한 주제로 생생한 토크를 진행했다.
이제 의사소통은 가능…아직 멀었다 매주 만나는 성용이형은 타지생활 큰 힘 늦장가는 옛말…일찍 결혼하고 싶어
1부 승격 가능성 반반…중요사항 아냐 롤 모델 다비드 실바 실제로 보니 감탄 대표팀 제외? 더 열심히 준비하면 돼
○좌충우돌 웨일스 생활기
-여기 주변이 정말 조용하다. 일상도 심심할 텐데.
“거의 집에 있다. 영화, 드라마 닥치는 대로 본다. (외출은 안 하나?) 계속 영어 공부를 하는데 무슨…. 훈련 끝나면 영어 공부하고, 이 때 배운 단어를 다음 날 동료들에게 써먹기 위해서는 놀 틈이 없다(웃음).”
-영어 좀 되나?
“이제 기본적인 의사소통은 한다. 하기 싫어도 살기 위해 꾸역꾸역 한다. 구단 스태프와 팀 동료들과 마음까지 통하려면 멀었다.”
-어떻게 배우나?
“(기)성용이 형은 학원 다니고, (박)지성이 형은 과외를 했고. 나도 인터넷 강의 듣고 일주일에 4차례 영국 선생님에게 개인 교습을 받는다. 숙제를 간혹 내주시는데, 수업 때 집중할 테니 숙제는 자제해달라고 부탁드린다.”
-인근 스완지시티 기성용이 주말에 종종 놀러온다던데.
“성용이 형이 카디프의 교회를 다녀 주일이면 온다. 처음에 형이 ‘밥 먹자’는 문자 보내주면 반갑고 그랬는데, 매주 만나니 딱히 할 일도, 할 말도 없어진다. 하긴 카디프가 좀 더 생활하기는 낫다.”
-가족이 영국에 있어 큰 힘이 될 것 같다.
“예전에 난 ‘늦장가’를 생각했다. 한데 이젠 아니다. 여기에 있으니 결혼을 일찍 한 선수들이 참 많다. 하다못해 여자친구와 동거하며 도움을 받는다. 부모님은 ‘신중하자’고 하는데, 때 되면 좀 빨리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제2의 박지성이란 닉네임 어떤가. 참, 둘은 크게 안 친하다며?
“누가 그러나(웃음)? 가장 좋아하는 선배가 지성이 형이다. 형이나 나나 성격상 살갑지 못해 그렇지 나름 친하다고 보는데. 나만 그런가?”
-선물도 자주 받나? 가장 기억에 남는 내용물은?
“꽤 많이 받는 편이다. 편지나 과자류가 많은데. 가장 기억에 남는 선물은 영화 전단지였다. 어떤 분이 ‘늑대소년’ 전단지에 메시지를 보내셨는데, ‘영국에서 이 영화 못 보죠?’란 글귀였다. ‘날 놀리나’ 싶어 웃음도 났고. 원체 특이해 기억에 남는다.”
○축구 인생
-왜 카디프시티를 택했나?
“미래? 가능성? 내가 직접 택했다. 다양한 오퍼와 많은 조언이 있었지만 내게 가장 잘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 우리 팀은 패싱이 강하다. 늘 노력하고 배우려는 자세로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고.”
-성적도 좋은데 승격을 확신하나?
“아직 반반? 승격에 대한 확신을 어떻게 하겠나. 애초에도 프리미어리그 자체를 중요 사항으로 보지 않았다. 물론 1부 리그행에 전혀 욕심이 없는 건 아니지만 승격이 카디프시티행 배경의 전부는 아니다.”
-꼭 만났으면 하는 팀, 그리고 롤 모델은?
“맨시티 다비드 실바를 좋아한다. 과거 스페인 평가전 때 한 번 만났는데, 정말 놀랍다는 생각 밖에 안 들었다. 나중에 승격해서 맨시티와 만나면 정말 흥미로울 것 같다. 맨유야 굳이 표현 없어도 되지 않나? 롤 모델이 있다면 역시 실바다.”
-선수라면 동경하는 무대가 있을 텐데. 그게 프리미어리그였나.
“어릴 적, 유럽 생각은 전혀 못 했다. 막연하게 할 수 있다면 독일과 잉글랜드를 가고 싶단 마음은 있었다. 좋아하는 팀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다. 발렌시아를 정말 좋아한다.”
-굉장히 모범적인 이적 사례로 뽑히는데, 알고 있는지.
“진정 원하는 선택이라면 후회도 없다. 확신이 있다. 올림픽 직후 슬럼프가 있었는데 그냥 좋은 글을 많이 읽었다. 영화도 챙겨봤고. 요즘도 인터넷 댓글은 안 본다. 괜히 상처만 크게 남더라.”
-당신만의 강점이 있다면.
“각자 스타일이 있고 특징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경기 운영의 묘를 늘리고, 패스의 질을 높이고 싶은데 많이 노력 중이다. 본래 중앙 미드필더였다가 청소년대표팀부터 포지션이 측면으로 바뀌었다. 두 포지션 모두 나쁘지 않은데, 이젠 측면이 좀 편하긴 하다.”
-태극마크를 잠시 내줬는데(김보경은 3월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카타르와 2014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명단에서 제외됐다).
“당장 내가 좋은 플레이를 할 수 없다면 빠지는 게 맞다. 이번이 그랬다. 그냥 (최강희 감독님이) ‘이번에는 부르지 않으셨구나’는 생각 뿐, 상처는 받지 않았다. 대표팀이란 들어갈 수 있으면 중도 탈락도 있다. 경기 감각은 상상 이상으로 중요하다. 한 번 미끄러지니 속은 후련하다. 이제 더 열심히 준비하면 된다.”
-대표팀에 포지션 경쟁자가 참 많다.
“대표팀에 발탁되면 모든 훈련이 경쟁 체제다. 그 때는 이기적으로 하고, 또 이겨야 산다. 단, 킥오프 휘슬이 울리면 한 마음으로 묶여야 한다. 공정한 기회와 치열한 경쟁. 지금까지 그렇게 살았고, 앞으로도 그렇다.”
김보경?
○소속팀: 카디프시티(공격수) ○생년월일: 1989년 10월 6일 ○신체조건: 178cm 73kg ○학력사항: 신갈고-홍익대 ○프로경력: 세레소 오사카, 오이타 트리니타(이상 일본) ○대표경력: 2010남아공월드컵, 2010광저우아시안게임, 2011카타르아시안컵, 2012 런던올림픽
카디프(웨일스)|이지훈 통신원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