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생활은 녹록치 않다. 명문 팀에서 세계적 스타와 뛰는 겉모습은 화려해보이지만 실상은 다르다. 한국과 다른 기후, 문화, 언어에 적응해야 한다. 또 유럽은 한국과 달리 훈련시간도 적고 합숙도 없다. 유럽에 처음 진출한 선수들은 하루에 약 2시간 정도 하는 훈련시간 외에 뭘 해야 할지 난감해할 때가 많다. 이 때 가장 큰 힘이 되는 게 바로 가족의 내조다.
차범근 SBS해설위원은 1977년 오은미 씨와 결혼 후 1978년 독일 분데스리가로 갔다. 오 씨는 그곳에서 차 위원이 축구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도왔다. 집안 살림은 물론 차 위원의 대외적인 업무를 도맡은 실질적인 매니저였다. 차 위원도 “아내 덕분에 지금의 차범근이 있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박지성(퀸즈파크레인저스) 뒤에도 대표적 ‘사커대디’로 꼽히는 아버지 박성종 씨가 있다. 박 씨는 아들이 일본 J리그에 진출한 뒤부터 직접 뒷바라지를 했고, 네덜란드와 영국에 진출한 뒤에는 1년에 절반 이상 유럽에 머문다. 최근 박 씨가 “(박)지성이가 이제 음식도 스스로 다 해먹는다. 부모가 오는 게 때로 귀찮은 것 같다”고 농담할 정도로 박지성은 완벽하게 유럽에서 자리를 잡았다. 아들에게 모든 생활 기준을 맞춘 아버지와 어머니의 헌신 덕분이다.
독일 함부르크의 손흥민은 조금 다른 케이스다. 축구선수 출신이기도 한 손흥민 아버지 손웅정 씨는 아들이 8세 때부터 기본기 훈련을 시켰다. 지금도 손흥민은 한국에 여름휴가를 오면 아버지와 함께 혹독한 훈련을 소화한다.
유럽으로 진출하는 선수들의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고 있다. 대부분 20대 초반이라 배우자를 만나기엔 이르다. 부모가 함께 가는 게 하나의 패턴처럼 돼 버렸다. 김보경이 잉글랜드 챔피언십 카디프시티에 입단하자 아버지 김상호 씨도 아내와 함께 바로 웨일스로 건너갔다가 비자 갱신 문제 때문에 최근 잠시 들어왔다. 한 에이전트는 “아무리 에이전시가 신경을 써도 가족만큼 정서적으로 위안이 될 수는 없다. 그만큼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