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유럽파 코리안 세대교체] 차붐·박지성 유럽성공기, 2002월드컵키즈 바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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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3월 22일 07시 00분


독일 무대를 평정한 차범근 이후 한국축구는 끊임없이 유럽무대에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네덜란드 영국 스페인 독일 등 무대도 다양하다. 차범근(왼쪽 맨 위부터 시계 반대방향으로), 박지성, 이영표, 박주영, 지동원(가운데 아래쪽 큰 사진), 윤석영, 손흥민, 기성용, 이청용, 구자철(가운데 위쪽 큰 사진). 스포츠동아DB
독일 무대를 평정한 차범근 이후 한국축구는 끊임없이 유럽무대에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네덜란드 영국 스페인 독일 등 무대도 다양하다. 차범근(왼쪽 맨 위부터 시계 반대방향으로), 박지성, 이영표, 박주영, 지동원(가운데 아래쪽 큰 사진), 윤석영, 손흥민, 기성용, 이청용, 구자철(가운데 위쪽 큰 사진). 스포츠동아DB
■ 한국축구 유럽 도전사

한국축구의 유럽 진출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유럽 진출의 선구자는 차범근(60) SBS해설위원이다. 1978년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독일 분데스리가에 진출했다. 다름슈타트, 프랑크푸르트, 레버쿠젠을 거치며 10년 동안 화려한 업적을 남겼다. 두 차례 유럽축구연맹(UEFA)컵 우승과 1980년 유니세프 세계 베스트11, 1985∼1986시즌 17골 등 10시즌 동안 통산 308경기 출전 98골 기록.

많은 후배들이 선배의 아성에 도전했다. 2000년대 초 이탈리아 세리에A 페루자에 진출한 안정환(37·은퇴)과 벨기에 앤트워프 설기현(34·인천) 이후 주춤하던 유럽 진출은 2002한일월드컵 4강으로 봇물 터지듯 활발해졌다. 박지성(32·QPR) 이영표(36·밴쿠버)가 네덜란드를 거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입성했다. 최근에는 그들을 보고 자라온 2002한일월드컵 키즈 기성용(24·스완지시티) 이청용(25·볼턴) 구자철(24·아우크스부르크) 김보경(24·카디프) 손흥민(21·함부르크) 등이 선배의 뒤를 따르고 있다. 그런데 눈에 띄는 건 유럽 진출의 루트가 독일에서 네덜란드, 잉글랜드를 거쳐 다시 독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한국축구의 유럽 도전사를 되짚어봤다.

차붐 이후 독일무대 도전 대부분 성공 못해
2002월드컵후 네덜란드 유럽행 루트 부상
PSV 박지성·이영표 EPL진출 역사적 사건
이청용·기성용에서 2부리그행 김보경 까지
구자철·지동원·손흥민 활약 獨루트 재부상


○대세는 프리미어리그? 분데스리가?

차 위원의 독일 진출 이후 한국 선수들은 분데스리가 진출을 적극 모색했다. 1990년 대 이후 김주성(보쿰) 황선홍(부퍼탈) 이동국(브레멘) 심재원(프랑크푸르트) 등이 독일 무대를 두드렸다. 가장 많은 한국 선수들이 분데스리가를 거쳤다. 하지만 아무도 차 위원의 성공을 잇지 못했다.

한동안 저조했던 유럽 진출의 물꼬는 2002한일월드컵 4강 진출 이후 터졌다.

박지성과 이영표는 거스 히딩크 감독을 쫓아 네덜란드 에인트호벤에 진출할 수 있었다. 송종국(34·은퇴)도 대표팀 활약에 힘입어 같은 리그 페예노르트에 입성했고, 김남일(36·인천)도 엑셀시오르에 둥지를 틀었다. 이들은 대표팀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유럽 진출을 이룬 사례들이다. 네덜란드는 잉글랜드 스페인 등 빅리그 진출을 위한 좋은 자양분을 갖추고 있었다. 세계 각지의 유망주들이 몰려들었고, 히딩크 감독의 성공 이후 한국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형성됐다. 독일에서 네덜란드로 유럽 진출의 항로가 변경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그런데 네덜란드 행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이젠 한 단계 더 높은 무대를 두드렸다. 바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무대다.

박지성과 이영표는 네덜란드에서의 성공 신화를 잉글랜드로 옮겨갔다. 각각 2005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토트넘에 진출했다. 이들 클럽은 EPL에서도 명문구단들이다. 한국 선수의 잉글랜드 진출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들은 곧장 뛰어난 활약을 펼치며 주전을 꿰찼다. 공수에서 안정적인 모습으로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한국 선수들이 세계 최고 무대에 진출하면서 미디어의 관심이 쏠렸다. 축구인들의 관심은 자연스레 EPL로 옮겨졌다. 쉽게 도전하고 넘볼 수 있는 무대로 여겨졌다.

그러나 성공은 쉽게 주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2000년대 후반 이동국, 김두현, 조원희 등이 리그 적응에 실패했다. FC서울 귀네슈 감독의 총애를 받으며 리그 최정상 선수로 발돋움한 이청용만이 예외적인 성공 사례였다. 박주영은 혹독한 실패를 통해 많은 함의를 남겼다. 프랑스리그에서의 성공을 발판으로 2011∼2012시즌을 앞두고 극적으로 아스널 유니폼을 입었으나, 아르센 벵거 감독의 눈 밖에 나며 적응에 실패했다. 6경기 출전에 단 1골. 리그에서는 단 1차례 출전에 그쳤다.

김보경은 또 다른 길을 택했다. 잉글랜드 2부 리그 카디프시티를 택했다. 현지 적응 문제도 빼놓을 수 없었다. 박문성 SBS ESPN 해설위원은 “김보경처럼 팀에서 입지가 확보된다면 챔피언십(2부 리그) 같은 도전도 충분히 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흐름이 바뀌고 있다. 독일 분데스리가가 다시 떠오르고 있다. 차 위원이 분데스리가에 진출한 지 30여년 만에 다시 국내팬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는 것이다.

구자철, 지동원, 손흥민 등이 독일 무대에서 기량을 꽃 피우고 있다. 세계 축구계에서 분데스리가가 각광을 받고 있는 것과 비슷한 시기에 한국 진출 선수들의 줄줄이 등장하며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선수들의 선전도 한몫하고 있다. 서형욱 MBC SPORTS+ 해설위원은 “선수들이 실력을 냉정하게 되돌아보고 자신의 상황과 스타일에 맞춰 유럽 진출을 고려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월드컵 키즈’로 세대교체

윤석영(23·QPR)은 1월 말 프리미어리그 진출에 성공했다. 한국인 프리미어리그 선수로는 11번째다. 이청용 기성용 지동원 손흥민 등으로 이어지는 ‘한일월드컵 키즈’로 세대교체가 빠르게 변화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박지성이 내리막길을 걷는 시기와 맞물린다. 1988년∼1992생까지 포함된 선수들은 한일월드컵을 보고 자랐다. 당시 초등학교와 중학생을 아우르는 ‘될 성 부른 떡잎’이었다. 인프라의 수혜도 받았다. 월드컵 4강 신화를 접하며 더 큰 무대를 꿈꿨다.

이들은 일찌감치 유럽 진출의 문을 두드렸다. 유럽 리그에서 기량을 쌓으며 조금씩 발전하고 있다. A대표팀에서도 빠져서는 안 될 대들보가 됐다. 당장 2014브라질월드컵과 2018러시아월드컵의 주축으로 나설 것이 확실하다. 최근 활약상도 눈부시다. 기성용은 캐피탈원컵 우승을 차지하며 스완지시티의 돌풍을 이끌고 있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공수에서 뛰어난 경기운용 능력을 보이고 있다. 이청용은 작년 끔찍한 부상 악몽을 완연히 털어냈다. 구자철도 지난해에 이어 소속팀 아우크스부르크의 1부 리그 잔류를 책임질 것으로 보인다. 대표팀의 막내 손흥민은 이번 시즌 9골을 터뜨렸다. 차 위원에 이어 2번째로 독일무대 두 자릿수 득점이 가능할 전망이다.

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트위터 @sangjun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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