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표 이승엽, 현역선수 최고 득표 5위에 이름 올려 ‘ML 개척자’ 박찬호 6표…‘바람의 아들’ 이종범 5표 ‘WBC 신화’ 김인식 KBO기술위원장도 3표 영예
메이저리그 모든 선수들의 마지막 꿈은 은퇴 후 미국 뉴욕주 쿠퍼스타운 ‘명예의 전당’ 입성이다. 작은 시골마을인 쿠퍼스타운은 매년 여름 수많은 팬들이 모여 그들의 영웅이 영원히 역사에 남는 순간을 함께 기뻐한다.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은 1939년 문을 열었다. 영광스러운 첫 주인공은 베이브 루스, 타이 콥, 호너스 와그너, 크리스티 매튜슨, 월터 존슨이다. 모두 메이저리그가 미국의 국민 스포츠로 자리 잡는 데 큰 역할을 했던 주인공들이다.
1982년 첫 발을 내딛은 한국프로야구도 명예의 전당 설립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멋진 박물관, 미술관을 지어도 어떤 유물, 작품이 전시되느냐가 더 중요하다. 스포츠동아는 창간 5주년을 맞아 각 구단 감독과 대표 선수들, 김인식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술위원장을 비롯한 야구 원로, 해설위원 등 한국프로야구를 대표하는 70명에게 ‘한국프로야구 명예의 전당 헌액 1호 주인공은 누가 되어야 된다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을 했다.
아직 현역으로 뛰고 있는 이승엽(삼성)부터 프로야구 출범을 이끈 서종철 전 KBO 총재, 하늘의 별이 된 고 최동원 전 한화 2군 감독, 고 장효조 전 삼성 2군 감독 등 다양한 답변이 이어졌다. 그 중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영광의 주인공은 ‘국보급 투수’ 선동열 KIA 감독이다. 전체 70명 중 총 11명이 선 감독을 꼽았다. 삼성 류중일, 넥센 염경엽 등 현역 감독들, KBO 양해영 사무총장 등 야구 행정가, 윤석민(KIA), 최정(SK) 등 현역 선수들까지 다양한 인사들이 선 감독을 명예의 전당 1호로 꼽았다.
선 감독은 “큰 영광이다. 나보다 훨씬 뛰어난 선·후배들이 많은데 많은 분들이 그렇게 생각해줬다니 부끄럽다”고 웃으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내가 1호가 되는 것보다는, 빨리 한국프로야구 명예의 전당이 설립돼 큰 공헌을 남긴 많은 다른 분들을 그곳에서 다시 뵙고 싶다”고 말했다.
선 감독에 이어 김응룡 한화 감독, 최동원 전 한화 2군 감독, 양준혁 SBS 해설위원이 함께 8표로 공동 2위로 선정됐다. 1위 선 감독은 오랜 스승 김응룡 감독을 명예의 전당 1위로 꼽으며 “프로야구에서 선수로 뛴 것은 아니지만 한국프로야구에 가장 큰 획을 그은 분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응룡 감독은 “내가 명예의 전당에 뽑히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며 몸을 낮췄다. 하일성 KBSN 해설위원은 “김 감독은 선수로도 아마추어 시절 한·일전 홈런으로 큰 붐을 일으켰다. 그리고 프로에서 해태에서만 9번 우승했다. 프로스포츠는 초창기 독주하는 팀이 나와야 집중 견제를 받으며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김 감독의 해태가 그 역할을 해냈다”고 높게 평가했다.
김시진 롯데 감독은 절친한 친구였고 라이벌이기도 했던 최동원 전 한화 2군 감독을 택했다. 박용택(LG), 이호준(NC) 등 많은 현역 선수들은 여전히 타격 부문 수많은 기록을 보유한 양준혁 해설위원을 뽑았다. 5위는 응답자들이 택한 유일한 현역 선수 이승엽이 차지했다. 정근우(SK), 최형우(삼성) 등 리그를 대표하는 후배 타자들이 한·일 통산 500홈런을 기록한 ‘국민타자’를 명예의 전당 1호로 택했다.
한국프로야구에서 단 한 시즌을 뛴 박찬호(전 한화)도 무려 6표를 받았다. 김경문 NC 감독은 “한국프로야구에서 뛴 것은 단 1년이지만, 한국인으로 메이저리그의 문을 열고 개척했다는 점에서 1호 감”이라고 추천했다. 뒤를 이어 이종범 한화 주루코치가 5표를 받았다. 역시 이종욱(두산), 김태균(한화) 등 현역 선수들이 많이 택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과 준우승 신화를 쓴 김인식 KBO 기술위원장도 3명이 명예의 전당 1호 후보로 꼽았다. 한영관 리틀야구연맹 회장은 “프로에서도 2차례 우승을 했지만, WBC에서 큰 업적, 그리고 ‘국가가 있어야 야구도 있다’는 큰 명언을 남기신 분”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자신과 함께 최고의 명장으로 꼽히는 김응룡 감독을 택했다.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은 한국프로야구의 산파 서종철 전 KBO 총재를 택했다. 역시 서 전 총재를 꼽은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모두의 무대를 만든 분이다. 프로야구 발전의 초석을 다졌다”고 평했다.
이밖에 이만수 SK 감독, 김기태 LG 감독, 장종훈 한화 코치, 어우홍 전 MBC 감독, 1905년 한국에 처음 야구를 소개한 것으로 알려진 선교사 질레트(P.Gillett)도 ‘명예의 전당’ 1호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