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남현희-공효석 부부 “배 속에서 윗몸일으키기…유연한 우리 딸, 피겨 시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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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3월 23일 07시 00분


‘펜싱 여왕’ 남현희(오른쪽)가 사이클선수인 남편 공효석, 곧 태어날 딸 ‘하이’와 함께 행복한 예비 가족사진을 찍었다. 초음파 
검사를 받으면 딸이 ‘윗몸일으키기 자세’를 하고 있다며 웃은 부부는 펜싱과 사이클이 아닌 피겨스케이팅을 시켜보고 싶다고 했다. 
성남|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펜싱 여왕’ 남현희(오른쪽)가 사이클선수인 남편 공효석, 곧 태어날 딸 ‘하이’와 함께 행복한 예비 가족사진을 찍었다. 초음파 검사를 받으면 딸이 ‘윗몸일으키기 자세’를 하고 있다며 웃은 부부는 펜싱과 사이클이 아닌 피겨스케이팅을 시켜보고 싶다고 했다. 성남|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 ‘엄마 되는 펜싱퀸’ 남현희 & 공효석 부부

지난해 12월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유력 후보들은 모두 출산과 양육에 대한 국가적 지원을 약속했다. ‘아이를 낳고 기르기 버거운 구조’는 사회적 문제가 된지 오래다. 하물며 기혼 여성운동선수는 출산에 더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다시 몸을 만들어 복귀할 때까지 공백기가 길고, 잦은 합숙 등으로 양육 또한 큰 부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펜싱여왕’ 남현희(32·성남시청)는 용기를 냈다. 2012런던올림픽 펜싱 플뢰레 여자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건 뒤 사이클선수인 남편 공효석(27·공익근무 중)과 사랑의 결실을 맺었다. 현재 임신 33주째인 그녀는 5월초 엄마가 된다. 17일 경기도 성남의 자택 근처에서 공효석-남현희 가족을 만났다. 부부는 “곧 태어날 딸을 생각하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며 미소를 지었다.

임신 33주째 만삭…요즘 단 음식이 당기네요
태명은 반가워서 ‘하이’…부모 닮아 활동적
딸이니까 김연아처럼? 아니면 펜싱 시킬까?

공익근무 남편과 주말부부…그래서 더 애틋
연상연하 커플? 와이프가 워낙 동안이라…

AG 단체 4연패 도전…동반 유럽 진출도 꿈


-어제 만삭 사진을 찍었다면서요?

“(남현희·이하 남)너무 오랫동안 기다리던 딸이라서 태명을 하이(hi)라고 지었어요. 이제 하이 만날 날이 가까워지고 있네요. 요즘 점점 단 음식 생각이 많이 나요. 캐러멜 시럽 묻힌 와플 같은 것?(웃음)”

-결혼(2011년 11월)한지 1년이 더 지났는데도, 아직 연애하는 커플 같아요.

“(공효석·이하 공)운동 때문에 계속 주말부부였거든요. 지금도 제가 공익근무(금산군청) 중이라 주말에만 나올 수 있어요. 그래서 더 애틋한 것 같아요. 싸울 시간도 없어요.”

-처음 아기를 가졌을 때 느낌은요?

“(공)어안이 벙벙하면서도 무척 기뻤죠. 노력해도 잘 안 되는 분들도 있던데…. 축복이잖아요.”

“(남)저는 사실 아기를 빨리 갖고 싶었어요. 살림하고 내조하는 삶을 꿈꿨죠. 하지만 펜싱에서 성적이 나니까 주변 기대에 부응해야 하는 측면도 있더라고요. 그러다 아이를 갖고 여자로서의 삶도 살게 되니 행복했죠.”

-태아가 아빠, 엄마를 닮았나요?

“(공)하이는 활동적인 것 같아요. 많이 움직여서 엄마를 괴롭혀요.”

“(남)초음파 검사 받으러 갔는데 자세가 특이하대요. 다른 애들과 달리, 팔로 다리를 감싸고 있대요. 윗몸일으키기 자세처럼…. 아빠, 엄마 닮아서 유연한 것 같다고 하네요.(웃음)”

-운동을 시켜볼 생각도 있나요?

“(남)김연아 선수 세계선수권 나오는 것 보면서 남편이랑 ‘우리도 피겨스케이팅 시켜볼까?’라는 얘길 나눴어요. 딸이니까, 라인도 예뻐지고 리듬감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아서요. 꼭 선수가 아니더라도 펜싱도 한번 가르쳐보고 싶어요.”

“(공)다양한 운동 시켜보려고요. 그런데 사이클은 별로에요. 워낙 위험한 운동이어서 딸 걱정을 많이 할 것 같아요.”

-연상연하로 화제를 모았는데, 어떤 점이 좋아요?

“(남)남편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거라고 했는데, 지내다보니 와 닿더라고요. 2008베이징올림픽 끝나고 간염으로 입원해 있을 때였어요. 설거지, 병실청소, …. 아예 짐을 싸와서 간호를 해주더라고요. 어머니께는 꽃다발도 안기고…. 그런 모습에 마음을 열었던 것 같아요.”

“(공)다섯 살 연상처럼 안보이지 않아요? 워낙 와이프가 동안이잖아요. 밖에 다니면 제가 더 나이 들어 보인대요. 아무래도 5년을 더 살았으니까, 제가 모르는 부분들을 많이 조언해줘요. 운동 때문에 힘들 때 정서적으로 위안이 되죠. 안 좋은 점은 처제 두 명이 모두 저보다 나이가 많아 처음에 조금 어색했던 것?(웃음)”

-두 분은 운동 얘기도 많이 하나 봐요.

“(공)와이프가 세계적인 선수잖아요. 확실히 멘탈적으로 달라요. 2010광저우아시안게임 앞두고 제가 대표로 선발됐다가 교체됐어요. 저는 클라이밍(산악구산)에 강한데, 아시안게임 코스는 평지 위주였거든요. 아시안게임에서 군 문제를 해결하고 유럽에 진출할 계획이었는데, 충격이 컸죠. 그런데 와이프가 ‘그냥 유럽 가라. 내가 후원해주겠다’고 하더라고요.”

“(남)유럽에 펜싱 강국이 많으니까, 저도 그쪽 클럽에서 일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제가 운동선수니까 그 꿈을 누구보다 잘 알잖아요. 지금 아니면 도전할 수 없다는 것을요. 김연아, 박태환 등 세계 정상의 선수들에게는 모두 좌절의 시기가 있었다는 얘길 해줬어요. 목표를 위해 그 속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해야 한다고.”

“(공)공익근무 끝나면(2014년 12월) 꼭 다시 한번 도전해보려고요. 그래야 속이 시원할 것 같아요. 투르드프랑스도 나가보고 싶어요. 우리 딸에게 당당한 아빠가 되기 위해서라도….”

-유명세가 와이프 쪽으로 조금 더 쏠려서 애매한 상황은 없나요?

“(공)전혀 없어요. 전 항상 와이프가 잘하면 기분 좋고, 뿌듯해요. 처음에도 팬으로서 만났고, 지금도 와이프 팬이에요. 집에서 요리하는 모습보다 경기장에 있는 모습이 더 매력적이에요.”(둘은 2006도하아시안게임 직후 처음 만나 친한 누나-동생 사이로 지냈다.)

-출산 이후 2014인천아시안게임까지의 계획은요?

“(남)벌써 산후조리원까지 예약해뒀어요. 모유수유하면서 1∼2개월 정도는 휴식을 취하려고요. 이후에 서서히 몸을 만들 거예요. 연말에는 피스트에 설 수 있을 것 같아요. 유럽에는 엄마선수들이 국제대회를 누비는 경우가 많아요. 한국에도 엄마선수는 있지만, 국가대표는 아직 한명도 없었거든요. 꼭 다시 태극마크를 달아서 편견을 깨고 싶어요. 아이도 저를 많이 찾을 것이고, 저 역시 아이가 그립겠지만, 이겨내야지요.”

(남현희는 인천아시안게임에서 플뢰레 여자단체전 4연패, 개인전 3연패에 도전한다.)

-이른 질문이지만, 둘째 생각도 있나요?

“(공)저야 괜찮은데, 와이프가 할일이 많아서….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도 바라보고 있거든요. 둘째는 조금 걸릴 것 같아요.”

“(남)아이 한명 키우는데 2억원이 들어간다면서요. 넉넉해야 아이도 낳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아마 올림픽 이후가 되지 않을까요?”

-두 분에게 가족의 의미는 어떤 것일까요?

“(공)제게는 힘들 때 한번 더 자신을 쥐어짜게 하는 원동력. 지금도 근무가 끝나면 운동을 하고 있어요. 더 멋진 남편, 아빠가 되기 위해서.”

“(남)제게는 전부에요. 펜싱을 하면서 희로애락을 느껴왔어요. 기쁨도 있었지만, 슬픔도 있었죠. 하지만 가족은 항상 좋은 것만을 줬어요. 힘들 때 격려해줬고, 아플 때 위로해줬죠. 그래서 가족이라는 끈은 제가 놓아서도 안 되지만, 놓을 수도 없는 것 같아요.”

성남|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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