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동아는 2008년 3월 24일 발행한 창간호에서 스포츠 각계 전문가 100인에게 ‘한국 스포츠 역대 최고의 스타’가 누구인지 물었다. 그리고 창간 후 5년이 흐른 지금, 다시 한 번 100인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다. 시간이 지나도 굳건히 자리를 지킨 인물이 있는가 하면, 5년이라는 시간을 실감하게 하는 변화도 분명히 눈에 띄었다.
○박찬호·차범근, 변함없는 ‘최초’의 위력
5년 전에도, 지금도 1위는 박찬호다. 100인의 스포츠인들은 세계 최고의 리그에서 새 길을 개척한 한국 ‘최초’의 선수들에게 변함없이 높은 점수를 줬다. 2008년 설문조사에서 1·2위였던 야구의 박찬호(19표)와 축구의 차범근(16표)이 올해도 나란히 1·2위에 오른 이유다. 메이저리그에서 동양인 최다승(124승)의 금자탑을 쌓은 ‘코리안 특급’과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세계 정상의 스트라이커로 활약한 ‘차붐’은 서로 상대 종목의 전문가들에게도 많은 표를 받아 진정한 ‘스포츠 대통합’의 상징으로 남았다. 이밖에도 축구의 박지성과 골프의 박세리가 5년 전과 변함없이 많은 표를 받아 해외 무대에서의 성과가 투표에 큰 비중을 차지함을 보여줬다.
○여전한 월드컵 4강, 급부상한 야구 올림픽 금메달
전국 곳곳을 붉은 물결로 뒤덮었던 2002한일월드컵 4강은 아마도 꽤 오랫동안 ‘역대 가장 감동적인 순간’으로 남을 듯하다. 5년 전 설문조사에서 압도적 1위(43표)에 오른 데 이어 이번에도 넉넉한 1위(40표)로 꼽혔다. 그러나 한국야구대표팀이 2008베이징올림픽에서 전승으로 금메달을 따내면서 2위의 얼굴이 바뀌었다. 5년 전 조사에서 2006월드베이스볼클래식 4강(3위·11표)에 몰렸던 야구인들의 표는 대부분 올림픽 금메달로 옮겨갔다. 당시 2위였던 박세리의 1998년 US오픈 우승(13표)은 한 계단 내려앉은 3위가 됐다.
○‘신인류’ 김연아의 출현
5년 새 한국 스포츠에는 ‘신인류’가 출현했다. 불모지라 여겼던 피겨스케이팅과 수영 등에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배출한 것이다. 특히 ‘피겨 여왕’ 김연아의 위용은 세계를 뒤흔들었다. 2010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역대 최고의 올림픽 연기’라는 찬사와 함께 한국 피겨 사상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그 결과 5년 전 1∼3위였던 손기정·황영조(이상 마라톤)·양정모(레슬링)를 차례로 밀어내고 ‘역대 최고의 올림픽 스타’로 꼽혔다. 수영의 박태환, 역도의 장미란, 체조의 양학선 등도 베이징올림픽과 2012런던올림픽이 배출한 새 올림픽 스타들이다.
○35년 전 김재박·박찬숙의 추억
사실 스포츠동아의 태동은 1978년 11월 창간된 동명의 주간지로 거슬러 올라간다. 재미있는 사실은 당시 주간지 ‘스포츠동아’도 팬들의 엽서를 받아 한국 스포츠 10대 스타를 선정했다는 점이다. 단 열흘 만에 9만여명의 국민이 참여했는데, 당시 최고의 기량을 뽐내던 차범근이 무려 3만1532표로 1위에 올랐다. 이어 1977년 실업야구연맹전 7관왕 김재박과 한국 여자농구 사상 최고의 선수로 평가받던 박찬숙이 2·3위로 뽑혔다. 그러나 이후 각 종목 프로리그가 출범하고 한국 스포츠의 국제적 위상이 달라지면서 한국 최고 스타들의 얼굴도 대거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