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프로야구는 선동열 KIA 감독이 중심이다. KIA가 시범경기를 1위(9승 2패)로 마쳤기 때문만은 아니다. 9개팀 감독 모두 선 감독과 특별한 인연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한화 김응용 감독과 선 감독은 감독과 선수로 1980, 90년대 해태 전성기를 이끌었다. 둘은 삼성에서도 감독과 수석코치로 인연을 계속했다. 이만수 SK 감독, 김시진 롯데 감독, 류중일 삼성 감독은 1980년대 해태 전성기 시절 삼성에서 뛰며 ‘2등 징크스’에 시달렸다. NC 김경문 감독은 고려대 시절 포수로 선 감독의 공을 받았다. LG 김기태 감독과 넥센 염경엽 감독은 선 감독의 고교(광주일고) 후배. 염 감독은 고려대 후배이기도 하다. 김진욱 두산 감독은 두산 소속 투수였던 1989년 6월 16일 맞대결에서 1-0 완봉승을 거두는 등 현역 시절 ‘선동열 킬러’로 이름을 날렸다.
선 감독은 연습투구만으로도 상대를 긴장시켰던 ‘국보급 투수’였다. 25일 서울 광진구 화양동 건국대 새천년관에서 열린 2013 프로야구 미디어데이에서도 자신감은 그대로였다. 그는 “선수들이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다 보니 시범경기에서 좋았다. 계속 이어가 올해는 일 한번 저지르겠다”고 말했다.
올 시즌 어느 때보다 자신감에 찬 선 감독도 조심하려는 경기가 있다. 스승인 김응용 한화 감독과의 맞대결이다. 선 감독은 “삼성 시절 김 감독님이 투수 교체 타이밍 전권을 저보고 알아서 하라고 했는데 경기가 끝나면 타이밍이 늦었다고 했다”며 “8년 동안 감독을 하고 있지만 가장 어려운 게 투수 교체 타이밍이다. 감독님께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듣고 있던 김 감독은 “오히려 내가 보고 배웠다. 내 성격이 급하지 않냐”면서 제자의 기를 살렸다.
9년 만에 프로무대에 복귀한 김응용 감독은 한국시리즈 최다(10회) 우승 경험으로 한화의 ‘환골탈태’를 이끌고 있다. 김 감독은 “(KIA에 비해) 우리가 좀 떨어진다. 솔직히 약하다”고 고백하면서도 “야구는 반드시 강한 팀이 이기는 게 아니다. 연습은 원 없이 시켰으니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시진 롯데 감독도 지도자로서는 선 감독에게 지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김 감독은 “1991년 롯데 유니폼을 입고 우승한 적이 있지만 팀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며 “내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건 우승이다”고 다짐했다. 김시진 감독은 한국시리즈 최다 패전(7패) 투수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선 감독은 물론이고 옛 태평양 시절부터 사제지간을 맺었던 김시진 감독도 넘어서고 싶다는 심정을 숨기지 않았다. 염 감독은 “김 감독님의 생각을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한다”며 “기왕이면 이기는 쪽으로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잠실 라이벌 감독들은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김기태 LG 감독은 “여느 때보다 준비를 많이 했다. 긴 말 필요없이 LG팬들에게 큰 선물을 드리겠다”고 말했고 김진욱 두산 감독도 “우승할 때가 됐다. 다른 때보다 우승 갈망이 크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2시즌 연속 우승에도 조심스러운 태도였다. 류 감독은 “지난해 전력보다는 마이너스지만 본헤드 플레이를 줄이고 포기하지 않는 팀으로 남겠다”고 말했다.
신생팀 NC를 맡은 김경문 감독은 “우승 후보는 NC, 다크호스는 한화”라고 농담을 하면서 “올해는 배우는 자세로 시즌을 치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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