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 선수들은 언론에 나온 기사를 안 믿는다. 전문가들의 예상에도 신경 안 쓴다. 오직 감독님 말만 따른다. 감독님이 시키는 대로만 하면 잘될 거라고 믿는다. 봐라, 올해도 우승하지 않았나.”
언뜻 들으면 사이비 종교 신도의 맹목적인 발언 같다. 하지만 주장 고희진의 말처럼 삼성화재 선수들은 신치용 감독을 그야말로 신처럼 따른다. 프로 구단 감독이 ‘파리 목숨’인 요즘 삼성화재를 19년째 이끌고 있는 신 감독에 대한 선수들의 신뢰는 그만큼 절대적이다.
삼성화재가 28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남자부 챔피언결정전(5전 3승제) 3차전에서 대한항공을 3-0(25-21, 25-23, 25-16)으로 완파하고 통산 7회 및 6년 연속 우승을 달성했다. 통산 4번째 통합우승이라는 기록도 보탰다. 6년 연속 우승은 4대 프로 종목(야구 축구 배구 농구)을 통틀어 최다 연속 우승 타이 기록이다. 지금까지 6연패는 여자프로농구 신한은행이 유일했지만 신한은행은 올 시즌 플레이오프의 벽을 넘지 못하고 연속 우승 기록을 마감했다. 프로야구에서는 해태가 4연패(1986∼1989년)의 기록을 갖고 있다. 1995년 11월 창단한 삼성화재는 처음 출전한 실업 시절의 1997년 겨울리그부터 올해까지 17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에 올라 그중 두 번을 빼곤 모두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1차전 43점, 2차전 45점을 올린 레오는 이날도 양 팀 최다인 32점을 올리며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했다. 레오는 기자단 투표에서 27표 중 23표를 얻어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대한항공은 22-24로 뒤진 2세트 막판 레오의 강력한 후위 공격을 마틴이 블로킹하며 실낱같은 역전의 가능성을 이어갔지만 삼성화재 박철우(13득점)에게 오픈 공격을 허용하며 세트를 내준 게 아쉬웠다. 대한항공은 챔피언결정전에서 3년 연속 ‘거함’ 삼성화재의 벽을 넘지 못했다.
신 감독은 “지난 1년 내내 선수들에게 고생을 많이 시켰는데 결과가 좋아 다행이다. 삼성화재를 ‘몰빵 배구’라고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게 가능한 것은 철저한 분업화 덕분이다. 최고참인 석진욱이 지금도 코트에 나설 수 있는 것은 서브 리시브 하나 때문이다. 우리 팀이 가장 내세울 수 있는 것은 선수들 간의 결속이다. ‘분업 배구’는 결속에 기반한 선수들의 희생과 배려 없이는 이룰 수 없다. 그런 면에서 석진욱 여오현 고희진 등 ‘고참 3총사’가 고맙다. 내일 눈뜨면 선수들에게 이렇게 얘기할 것이다. ‘어제는 추억이다. 다시 준비하자’고.”
한편 이날은 신 감독의 딸이자 박철우의 아내인 혜인 씨의 출산 예정일이었지만 출산이 미뤄졌다. 박철우는 “애초 예정일이 30일이었는데 이틀 당겨졌던 것이다. 오늘(28일) 우승하고 이틀 뒤에 아빠 되는 게 목표였는데 그렇게 될 것 같다. 아이가 효자인가 보다”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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