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운드의 야전사령관’이라 불리는 포수는 경험이 중요하다. 투수를 안정적으로 리드하고, 타자에 따른 볼 배합을 하기 위해선 많은 경기를 뛰어봐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다.
하지만 ‘돌아온 승부사’ 김응용 한화 감독은 파격을 택했다. 고교를 갓 졸업한 신인 한승택(19)을 주전 포수 후보로 올려놓은 것이다. 평소 김 감독은 덩치 큰 선수를 선호한다. 한승택은 포수치고는 덩치가 작은 편이다. 김 감독은 “포수는 덩치가 크면 안 된다. 덩치 작은 포수가 타자와의 수 싸움이 좋은 법”이라고 말을 바꿨다. 김 감독을 포함해 9개 팀 사령탑이 꼽은 올 시즌 각 팀의 키 플레이어는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다.
○ 뉴 페이스-한화, NC, SK
신생팀 NC의 김경문 감독도 뜻밖의 선수를 키 맨으로 꼽았다. 마무리 투수 김진성(28)이 주인공이다. 2005년 SK에 입단한 김진성은 프로 9년 차다. 하지만 그동안 한 번도 1군에 올라오지 못했다. SK에서 방출당했고, 신고 선수로 입단한 넥센에서도 쫓겨났다. 2011년 공개 테스트를 통해 NC에 입단했고, 지난해 퓨처스리그(2군)에서 20세이브를 거두며 가능성을 보였다. 그리고 곧바로 올해 마무리 투수로 낙점됐다.
SK 이만수 감독이 꼽은 키 플레이어는 올해 처음 한국 땅을 밟은 외국인 선수 조조 레이예스(29)다. 레이예스는 김광현이 돌아오기 전까지 제1선발의 중책을 맡는다.
○ 다시 한 번 신뢰-KIA, 넥센, 삼성
선동열 KIA 감독은 왼손 투수 양현종(25)에 대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올해 1년간 기회를 줄 것”이라고 공언해 왔다. 2010년 16승을 거두며 에이스급 활약을 펼쳤던 양현종은 최근 2년간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가 올해 스프링캠프부터 서서히 살아나고 있다. 시범경기에서는 150km의 빠른 공도 뿌렸다. 윤석민-김진우-서재응 등으로 탄탄한 선발진을 구성한 KIA에 양현종까지 살아나면 달리는 호랑이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다.
매년 이맘때 기대주로 꼽혔던 넥센 왼손 투수 강윤구(23)는 올해도 염경엽 감독의 신임 속에 시즌을 맞는다. 스피드를 다소 줄인 대신 제구를 가다듬어 한결 성숙해졌다는 평가다. 3연패를 노리는 삼성은 사이드암 투수 심창민(20)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류중일 감독은 “LG로 이적한 정현욱과 부상 중인 권오준을 대체할 선수는 심창민”이라고 말했다.
○ 구관이 명관-LG, 두산, 롯데
10년 연속 4강 진출에 실패한 LG 김기태 감독은 25일 미디어데이에서 “봉중근(33)이 잘하면 포스트시즌에 갈 수 있다”고 말했다. LG는 지난해에도 초반에 잘나갔으나 6월 22일 롯데전에서 세이브 기회를 날린 봉중근이 소화전을 내려쳐 손등 골절을 당한 뒤 급격히 추락했다.
두산 김진욱 감독과 롯데 김시진 감독은 중심 타자 김현수(25)와 토종 에이스 송승준(33)을 각각 키 플레이어로 꼽았다. 두 선수 모두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국가대표팀에 뽑힐 정도로 좋은 기량을 갖춘 만큼 더욱 분발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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