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결혼식을 다녀봤지만, 주례사가 기억에 남은 적은 거의 없었다. 아마도 귀담아 들으려하지 않은 탓이었겠지만, 따지고 보면 실상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온 주례사도 없었던 듯하다. 그런데 최근 불혹을 넘겨 늦장가를 간 친구의 결혼식에서 흥미로운 주례사를 들었다. 주제는 ‘결혼의 ABCD’였다.
“A는 ‘Approach’요, B는 ‘Build’요, C는 ‘Challenge’요, D는 ‘Design’입니다.”
새로운 출발선상에 선 신혼부부에게 전하는 당부였다. ‘꿈을 향해 다가서고, 꿈을 만들고, 꿈을 이루기 위해 도전하고, 꿈을 디자인하라’라는 내용의 메시지였다. 평소라면 또 다시 한 귀로 흘려듣고 말았을지도 모를 말이었지만, 프로야구 개막을 앞둔 시점에 들은 그 말은 야구기자의 귓가에 또렷하게 남았다.
봄이 왔다. 프로야구에 있어서 봄은 신혼처럼 첫 출발이다. 토미 라소다 전 LA 다저스 감독은 “1년 중 가장 슬픈 날은 야구가 끝나는 날이다”고 했는데, 뒤집어보면 야구가 시작되는 봄은 1년 중 가장 기쁜 날이다. 봄이 더욱 좋은 것은 ‘꿈의 계절’이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꿈 깨라”고 할지라도, 봄은 우리에게 “꿈 꿔라”고 일러준다.
2013년 개막일에 맞춰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등록된 선수는 신인과 외국인선수를 포함해 총 560명. 560가지의 꿈이 출발선상에 섰다. 누군가는 홈런왕이, 누군가는 골든글러브가, 누군가는 1군 진입이, 누군가는 프로야구 정식선수 등록이 꿈일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하찮은 꿈일지라도, 누군가에게는 인생의 목표가 될 수도 있다. 내가 서 있는 자리가 누군가에게는 꿈의 무대일 수도 있다.
탈무드는 “승자의 주머니 속에는 꿈이 있고, 패자의 주머니 속에는 욕심이 있다”고 했다. 시인 릴케는 “꿈을 품어라. 꿈이 없는 사람은 아무런 생명력도 없는 인형과 같다”고 했다. 인간은 누구나 꿈과 함께 성장한다. 제 각각 꿈의 크기는 다를지언정, 그 꿈의 가치는 같다. 꿈을 향해 다가서고, 꿈을 만들고, 꿈을 이루기 위해 도전하고, 꿈을 디자인하는 프로야구의 봄날이다.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