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에서 뛰었던 펠릭스 호세(도미니카공화국)는 역대 최고의 외국인 타자로 평가받는다. 1999년과 2001년에 모두 3할 타율에 30홈런-100타점 이상을 기록했다. 상대 팀 선수들 사이에서는 “호세는 만루 상황에서도 걸러 보내야 할 타자”라는 말이 돌기도 했다. 만루에서 볼넷을 주면 한 점만 내줘도 되지만 정면 승부를 하다가 장타를 맞으면 대량실점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일본 프로야구 2년 차를 맞은 ‘빅보이’ 이대호(31·오릭스·사진)가 요즘 딱 그렇다. 투수가 승부를 걸면 어김없이 장타를 때려낸다. 그나마 ‘싸게’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볼넷으로 걸어 내보내는 것뿐이다.
이대호는 지난달 29일 지바 롯데와의 개막전에서 5번 타석에 들어서서 2루타 2개를 때렸다. 2개 모두 펜스를 직접 맞히는 큰 타구였다. 지난달 30일 롯데전에서는 2회 언더핸드 투수 와타나베 슌스케의 가운데 몰린 직구를 잡아당겨 왼쪽 담장을 넘겨 버렸다. 개막 3경기에서 6타수 3안타 2타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그러자 지난달 31일 경기에서 롯데 투수진은 이대호를 피해가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1회 1사 1, 2루에서 이대호가 타석에 들어서자 선발 투수 디키 곤살레스는 유인구를 주로 던지며 볼넷을 내줬다. 오릭스가 4-0으로 앞선 6회 1사 2, 3루 찬스에서 이대호가 타석에 들어서자 롯데 벤치는 아예 고의4구 사인을 냈다. 이대호는 8회에도 볼넷을 얻었다. 이날 이대호는 5번 타석에 들어서 2타수 1안타를 쳤고 3번 걸어서 출루했다. 3경기를 치른 1일 현재 이대호는 타율 0.462(13타수 6안타)에 1홈런, 2타점을 기록 중이다. 6개의 안타 중 2루타 이상 장타가 5개나 된다.
지난해 3월 30일부터 시작된 소프트뱅크와의 개막 3연전에서 이대호는 12타수 2안타(타율 0.167)를 쳤다. 장타는 1개도 없었고 볼넷은 1개를 고르는 데 그쳤다. 지난해 초반 부진을 딛고 타점왕에까지 올랐던 이대호는 지금 추세라면 타격왕은 물론이고 홈런왕, 타점왕 등 다양한 타이틀에 도전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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