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현화 “우승하고 싶어서 부적도 먹은 적 있어요”

  • Array
  • 입력 2013년 4월 3일 07시 00분


2012년 극심한 슬럼프를 겪은 심현화가 올 시즌 새로운 출발을 다짐했다. 1일 서울 방배동 토니모리 본사에서 분신과도 같은 골프채를 옆에 두고 활짝 웃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트위터 @na1872
2012년 극심한 슬럼프를 겪은 심현화가 올 시즌 새로운 출발을 다짐했다. 1일 서울 방배동 토니모리 본사에서 분신과도 같은 골프채를 옆에 두고 활짝 웃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트위터 @na1872
■ KLPGA 심현화, 슬럼프 딛고 선전 다짐

“작년 시즌 끝나자마자 세리언니와 훈련
마음가짐 하나까지 배울 점 많더라고요
어려서 부터 욕심 커…올해는 3승 도전”


“우승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했어요. 심지어 부적을 태워서 먹기도 했으니까요.”

심현화(24·토니모리)는 지난 2년사이 천당과 지옥을 모두 경험했다. 그는 2011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상금랭킹 2위에 오르며 스타가 됐다. 그러나 2012년 바닥으로 떨어졌다. 상금랭킹 63위까지 추락하고 말았다.

지난겨울 미국과 태국에서 강도 높은 훈련을 하고 돌아온 심현화는 시즌이 개막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겉으론 웃지만 속으론 독기가 가득한 게 큰일을 낼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박세리 언니와 훈련 많은 걸 배웠어요”

“스윙도 내 마음대로 안 되고, 자신감도 떨어지고 정말 최악이었어요.”

2012년 19개 대회에 출전한 심현화는 8번이나 예선에서 떨어졌다. 상금은 거의 10분의 1로 줄었다. 2011년 3억4211만원에서 2012년 4082만원에 불과했다. “저는 아무렇지 않았는데 주변에선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더라고요. 그게 더 힘들었어요.”

한 마디로 총체적 난국이었다. 2011년 시즌이 끝나고 동계훈련을 하면서 스윙을 고쳤는데 그게 탈이 났다. 원하는 샷이 나오지 않으면서 자신을 믿지 못하게 됐고 그러다보니 경기에 임하는 마음가짐도 흔들렸다. 1년 내내 같은 문제가 이어졌다. 조금 나아지는 듯하다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그를 괴롭혔다.

2012년 시즌이 끝나자마자 미국으로 훈련을 떠났다. 그곳에서 좋은 스승을 만나고 잃어버린 스윙 감각과 마음가짐을 새롭게 다지는 계기가 됐다.

“2011년 한화금융클래식 때 박세리 언니와 함께 경기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어요. 그 인연으로 친하게 됐죠. 지난 시즌이 끝나고 제가 전화를 드렸어요. 같이 훈련하고 싶다고요. 그랬더니 흔쾌히 승낙해 주시더라고요.”

심현화는 10세 때 박세리를 보고 골프선수가 되겠다는 꿈을 꿨다. 10여 년이 지나 우상과 함께 훈련하게 됐으니 더 큰 영광이 없었다.

심현화는 “확실히 다르더라고요. 연습하는 것부터 마음가짐 하나까지 배울 게 많았어요. 세리 언니를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됐어요”라면서 “여유를 가지라는 말을 많이 하셨어요. 그 말이 공감이 가면서도 쉬운 게 아닌 것 같아요. 언젠가는 그 말을 이해하겠죠”라며 웃었다.

○“우승을 위해서라면….”

“할아버지께서 제가 TV에 나오는 걸 무척 좋아하시는 데 작년엔 ‘우리 손녀딸은 왜 이렇게 일찍 집에 오냐’라고 하시더라고요. 예선 탈락한 게 8번이나 됐으니 많이 하긴 했죠.”

심현화는 크게 웃었다. 그러면서 “올해는 할아버지를 위해서라도 열심히 해야 할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그는 겉모습과 달리 속으로는 독기가 철철 넘친다. 항상 웃고 있어 여리게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욕심도 많다. 우승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다 한다. “집에서 자기 전에 우승하는 장면을 상상하기도 하고 어떤 세리머니를 할까 혼자서 생각하기도 해요. 그런데 그런 일이 생각처럼 많이 일어나지는 않더라고요.”

우승에 대한 욕심은 중·고등학교 시절에도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그때는 더 했다. 우승만 할 수 있다면 뭐든 다 했던 적도 있다. “불에 태운 부적을 물에 타서 마신적도 있고 종이학 1000마리를 접어서 우승하고 싶다는 소원을 빌기도 했어요. 그보다 더 심한 것도 많이 했는데 잘 기억은 안 나네요.”

어머니 이승실 씨의 말에 따르면 “‘이거 먹으면 우승한데’라고 말하면 뭐든 다 먹었어요. 또 벙커샷을 하라고 하면 벙커에서만 하루에 수백 번의 샷을 했고 절에 가서 불공 드리라고 하면 그것도 마다하지 않았어요. 우승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했죠”라고 말했다.

심현화는 2012년의 나쁜 기억을 모두 잊었다. 그리고 2013년 더 높이 날 준비를 끝마쳤다.

“작년에 너무 못했으니 올해 3승은 해야 될 것 같아요. 그러려면 초반부터 우승을 해야겠죠.”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트위터 @na1872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