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넥센 이적후 주어진 수많은 기회 염감독 ‘준 해결사’ 주문에 만점 화답 “감독님 가슴밀기는 감사의 세리머니”
덕아웃에 들어온 넥센 이성열(29)이 염경엽 감독과 마주한다. 한 손으로는 하이파이브. 그러나 나머지 한 손으로는 염 감독의 가슴을 세게 민다.
얼핏 보면 감독에게 무력시위라도 하는 듯한 장면. 그러나 이성열은 고개를 저으며 “감사하다는 표현”이라고 말했다. 한술 더 떠 “올 시즌 홈런을 칠 때마다 똑같이 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성열은 벌써 염 감독의 가슴을 2번째 밀었다. 2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LG와의 홈 개막전. 그는 0-0으로 맞선 2회 1사 1·2루서 LG 선발 주키치의 초구 직구(시속 139km)를 밀어 쳐 외야 좌측 펜스를 넘겼다. 비거리 115m짜리 선제 결승 3점포. 이날 넥센 득점의 전부이자, 그가 개막 3번째 경기에서 때려낸 시즌 2호 홈런이었다.
이성열은 지난달 30일 KIA와의 광주 개막전에서도 7-6으로 앞선 7회 우월2점포로 시즌 마수걸이 홈런을 신고했다. 그때 처음으로 염 감독의 가슴을 툭 쳤고, 이번에도 똑같은 세리머니를 했다. 염 감독은 “나와 약속한 건 아니다. 처음에는 첫 승을 안겨주겠다는 뜻으로 한 거고, 이번에는 그냥 고맙다는 의미라고 하더라”며 기분 좋게 웃었다. 이성열은 이 세리머니에 대해 “지난해 트레이드(7월 9일)로 팀에 왔다. 그런데 올해 이렇게 많은 기회를 주시는 게 감독님께는 굉장히 힘든 결정이셨을 것”이라며 “이런 나를 믿고 내보내주신 데 대해 감사하는 마음”이라고 설명했다.
아닌 게 아니라 염 감독은 스프링캠프 시작과 동시에 이성열에게 막중한 임무를 맡겼다. 막강한 중심타선 뒤에서 득점 기회를 연결하는 ‘준 해결사’ 역할을 해달라고 했다. 이성열이 시범경기에서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확실하게 주전으로 밀어붙였다. 이성열은 “그 믿음 덕분에 타석에 나섰을 때 더 집중하려고 했고, 그런 부분이 좋은 결과를 가져온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또 “작년과 크게 달라진 부분은 없지만 경기를 꾸준히 나가기 때문에 심리적 안정을 찾았다. 야구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염 감독은 이성열에게서 분명히 긍정적인 변화를 봤다. “지난해까지는 스윙이 200m짜리 홈런을 치는 스윙이 아니었나. 그러나 200m를 날아가든, 담장을 살짝 넘기든, 똑같은 홈런이라고 얘기했다”며 “스윙 폭을 줄이라고 주문했는데 그대로 해주고 있다. 오늘 홈런도 밀어서 치려고 했다는 데서 큰 의미를 찾고 싶다”고 칭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