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팬 야유받은 류현진, 변명아닌 사과 잘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4일 19시 37분


미국 프로 스포츠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가 팬이다. 프로 팀의 연봉은 팬들로부터 나온다. 팬들이 내는 입장료, 주차료, 식음료 등이 연봉의 원천이다. 선수, 구단 관계자들이 항상 팬을 가장 먼저 입에 올리는 이유다. 국내 프로 스포츠 팀의 연봉은 모기업으로 제공된다. 미국 스포츠와의 차이다.

미디어도 미국 스포츠에서는 절대적으로 중요한 요소를 차지한다. 감독은 성적도 중요하지만 미디어와의 관계를 소홀히 해서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 어떤 질문이든 솔직하고 진지하게 대답해야 한다. 거짓말이 들통 날 경우 감독자리가 위협을 받게 된다. 메이저리그는 경기 전 30분, 경기 후 30분 정도는 항상 미디어 관계자들에게 팀 내 사정, 선수의 부상 및 이동, 경기 상황에 대해서 브리핑을 한다. 감독은 국내에서 흔히 말하는 독자와 시청자들의 알권리에 대해서 충실히 답해야 할 의무가 있다. 경기 전 덕아웃에서 농담반 진담반의 질문과 대답이 오가는 국내 스포츠장 분위기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선수 역시 마찬가지다. 경기 전 라커룸이 열렸을 때, 경기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해야 할 의무가 있다. 류현진은 3일 개막전에서 언론으로부터 집중 추궁을 받았다. 6회 내야땅볼 때 어슬렁어슬렁 1루로 걸어가 팬들에게 야유를 받았기 때문이다. 미국 프로 스포츠 사상 데뷔전에서 홈팬으로부터 야유를 받은 선수는 거의 없다. 기자도 미국 스포츠를 35년 가까이 TV와 현장에서 관전했지만 데뷔전에서 원정도 아닌 홈에서의 야유는 처음 봤다.

요즘 국내에서는 스타급 플레이어들의 취재가 매우 어렵다. 공식적인 질문과 대답을 거의 듣기 힘들다. 듣기 싫은 질문은 아예 답변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미국은 다르다. 연봉이 수백억 원을 받는 스타플레이어들도 기자들의 질문에 최선을 다해 답하는 게 기본이다. 진정한 프로페셔널이다. 성의 없는 대답도 이를 그대로 지면과 TV로 방영해 독자와 시청자들의 판단을 요한다.

류현진은 이날 미국 기자들의 추궁성 질문에 항복한 셈이었다. 국내 프로야구까지 도마에 오를 뻔했다. 무조건 잘못했다는 사과를 했기에 망정이지 변명을 했더라면 사건이 더 커질 수 있었다. 앞으로 류현진은 등판 때마다 공식적인 인터뷰가 필수다. 통역이 있어 무조건 해야 한다. 언론과 사이가 좋다고 할 수 없었던 박찬호는 다저스 시절 경기 후 인터뷰를 하지 않은 적도 수차례 있었다.

류현진의 경우 잘 나갈 때는 문제가 없다. 현재까지는 잘 넘겼다. 현 다저스 구단주 매직 존슨은 현역 시절 '미디어 프렌들리'로 유명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더구나 항상 웃는 얼굴로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이에 비해 LA 레이커스의 동료 카림 압둘 자바는 기자들과 친한 사이가 아니었다. 존슨은 사업가로도 성공한 반면 압둘 자바는 NBA 코치로도 임명된 적이 없다. 기자는 동업자이지, 결코 선수의 적이 아니다.

로스앤젤레스=문상열 통신원 symoontexas@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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