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신영 “女감독 비아냥? 다승2위로 날렸죠”

  • 스포츠동아
  • 입력 2013년 4월 5일 07시 00분


‘마방 마님이 기르는 馬님.’ 한국 경마의 모든 ‘여성 1호’ 타이틀을 갖고 있는 김신영 감독은 이제 최초를 넘어 최고의 지도자를 꿈꾸고 있다. 사진제공|한국마사회
‘마방 마님이 기르는 馬님.’ 한국 경마의 모든 ‘여성 1호’ 타이틀을 갖고 있는 김신영 감독은 이제 최초를 넘어 최고의 지도자를 꿈꾸고 있다. 사진제공|한국마사회
■ 서울경마공원의 여풍 이신영감독

한국 첫 여성감독…3년만에 다승2위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기수들 이끌어
“스포츠는 1등만 기억…이제 시작일 뿐”


“남자 감독들이 10년에 이룬 성과를 3년 만에 했다. 초보감독답지 않은 효율적인 마방 운영과 매 경주 뛰어난 전략이 돋보인다.” (박대흥 감독)

한국경마의 첫 여성기수, 최초의 대상경주 출전 여성기수, 첫 외국경주 출전 여성기수, 그리고 한국경마 최초의 여성 감독.

이신영 감독(33)의 이름에는 유난히 ‘최초’라는 수식어가 많이 붙는다. 기수로 활동한 10여년과 이후 지도자 생활까지, 그녀가 말과 함께 한 삶은 늘 경마계의 ‘여성 1호’로 팬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신영 감독은 감독 3년차인 2013년 들어 물오른 지도력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현재 73회 출전해 12승을 기록, 박대흥(54) 감독에 이어 다승 2위에 올라 있다. 승률과 복승률에서는 박감독을 앞선다. 특히 3월 31일 일요경주 9경주(1800m)에서는 그의 마방 소속인 ‘필소굿’이 폭발적인 스피드를 앞세워 3연승을 기록했다.

또한 3월 국내산 경주마 경매에서 역대 최고가인 2억9000만원에 낙찰돼 화제를 모은 ‘엑톤파크’의 자마 관리를 맡았다. ‘엑톤파크’의 자마를 낙찰받은 마주는 화려한 경력을 지닌 베테랑 남자 감독 대신 이신영 감독의 섬세한 관리에 주목해 부탁을 했다.

○강인한 카리스마 대신 부드러운 리더십 성공

이렇게 요즘 한국 경마에서 이신영 감독이 일으키는 여풍의 비결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우선 이감독의 ‘오픈 마인드’와 ‘부드럽고 합리적인 리더십’을 꼽는다.

그동안 경마 감독이라고 하면 강인한 카리스마가 있어야 하는 것으로 여겼다. 경마에서 감독의 역할과 영향력은 폭이 넓고 절대적이다. 경주마 발굴과 스카우트, 작전 구상, 훈련에다 기수 컨디션까지 챙겨야 한다. 많은 감독들은 상명하복의 강인한 불도저식 리더십으로 마방을 운영했다.

하지만 이신영 감독은 달랐다. 2011년 7월 감독으로 데뷔한 이후 지금까지 겸손한 자세로 몸을 낮췄다. 중요한 결정 전에는 꼭 마방 식구와 기수들의 말을 경청했다. 마방 스태프와 기수들을 다그치기 보다 기를 살려주었고 단합을 통해 소속 경주마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냈다. 지난해 연패에 빠졌을 때는 팀 워크숍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그런 노력 덕분에 감독 첫해 8승을 거쳐 2012년에는 29승으로 당당히 다승 9위를 기록했다. 그리고 올해는 다승2위까지 성적이 올랐다.

“여자가 무슨 감독이냐?” “결혼도 안한 젊은 처녀가 거친 마방세계를 조율할 수 있겠냐” 던 비아냥은 뛰어난 성적 덕분에 쑥 들어갔다.

이신영 감독은 “주위에서 잘한다고 말하지만 아직은 더 배워야한다”며 “스포츠는 1등만 기억한다. 최고의 경주마를 조련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재학 기자 ajapto@donga.com 트위터@ajap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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