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공격수 정대세(오른쪽)와 라돈치치(왼쪽)는 3일 가시와전에서 서로 페널티킥을 차려는 모습을 보였다. 선수단 소통 측면에서 다소 아쉬움이 남는 장면이었다. 정대세의 골이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자 아쉬워하는 수원 선수들. 수원|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bluemarine007
참담했다. 믿기 어려운 결과였다. 수원 삼성은 3일 열린 2013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H조 예선에서 가시와 레이솔(일본)에 2-6으로 졌다. 2무1패(승점 2)로 조별리그 탈락 가능성도 커졌다. 2010년 11월 전북 현대에 1-5로 패한 뒤 홈에서 가장 많은 실점이었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됐을까.
○선수단 소통
전체적인 수원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단도 많은 대화와 의견 조율로 문제없이 시즌 초반을 보내고 있다. 그런데 세부적인 소통은 아직 완성도가 덜한 모습이다. 특히 공격진이 그렇다. 기존의 라돈치치-스테보-조동건에 정대세가 합류해 주전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하지만 지나치면 화를 부르는 법. 가시와전에서 수원 공격진은 잠시 ‘우리’를 잊었다. 페널티킥(PK) 찬스가 오자 서로가 차겠다는 제스처를 보였다. 4차례 PK 상황 때마다 비슷한 장면이 연출됐다. 2차례 PK를 날린 정대세도, 한 번 실축한 라돈치치도 그랬다.
서정원 감독은 “(PK는) 가장 자신 있는 선수가 찬다. 라돈치치가 차는 게 맞다. 이전에 라돈치치가 계속 찼다”고 말했다. 이어 “모두 의지가 강했다. (정)대세도 경기 전부터 의욕이 넘쳤다. 득점 욕심에 차려고 한 것 같다”고 했다. 물론 스트라이커가 골 욕심을 내는 건 이해할 수 있다. 더욱이 수원은 공격진이 침묵 중이다. 당연히 조급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를 위해 ‘전체’를 잊어선 안 된다. 어려울 때 팀의 진짜 힘이 발휘된다. 가시와전은 그런 면에서 수원에 큰 교훈을 남겼다.
○릴레이 부상
한 명이 복귀하면 다른 한 명이 다치고, 또 다른 이가 오면 예상치 못한 곳에 구멍이 뚫려 버린다. 수원의 요즘이다. 부상자가 너무 많다.
특히 중원이 어렵다. 오장은-박현범이 돌아왔지만 공격을 조율해온 김두현의 빈 자리는 컸다. 가시와는 허리에서 수원을 압도했다. 개막 초반 펄펄 날던 조동건도 고질인 쇄골 부상으로 또 이탈했다. 조동건은 최적의 공격 옵션. 최전방과 제 2선을 두루 커버해온 그가 빠지자 유기적인 공격이 이뤄지지 않는다.
또 가시와전은 축구에서 골키퍼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확인시킨 무대였다. 결전 전날(2일) 팀 훈련 중 오른쪽 새끼손가락을 다친 붙박이 골키퍼 정성룡을 대신해 투입된 양동원은 2% 부족했다. 많은 실수와 불안한 플레이를 했다. 공격과 수비가 각각 따로 놀게 된 이유였다. 유독 빡빡한 4월 일정을 불안하게 시작한 수원은 ‘부상’이라는 암초도 넘어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