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골프협회는 3일 긴급 선수강화위원회를 소집하고 대표팀 코칭스태프 4명에게 선수단 관리 소홀의 책임을 물어 권한정지를, 합숙 훈련기간 규정을 어긴 남자 2명과 여자 5명의 선수에게는 경고 조치를 내렸다.
코칭스태프는 일체의 업무가 중단됐고, 선수는 당분간 해외대회 출전에서 배제된다.
협회가 대표팀 코칭스태프와 선수에게 단체 징계를 내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왜 갑자기 이런 조치가 내려진 것일까.
올 들어 골프계에선 국가대표팀 선수단과 관련한 뒷말이 무성했다.
발단은 1월 제주에서 열린 합숙훈련에서부터 비롯됐다. 당시 일부 선수들이 무단으로 합숙소를 이탈해 음주를 한 사실이 적발됐다. 또 몇몇 선수는 상습적으로 흡연을 하거나 합숙소를 빠져나가 노래방 등에 출입한 사실이 발각됐다. 태극마크를 단 선수의 신분을 망각한 행동이다.
통제 불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남녀 선수가 합숙 규정을 어기고 같은 방에서 지내는 등 ‘문란한’ 생활까지 발생했다. 더 나아가 남녀 선수가 합숙소에서 애정행각을 벌였다는 소문까지 번졌다. 관리체계가 무너질 대로 무너졌다.
협회는 뒤늦게 진상조사에 나섰다. 무단이탈과 음주, 흡연 그리고 합숙규정 등을 어긴 사실이 모두 확인됐다.
협회는 긴급회의를 통해 코칭스태프와 문제를 일으킨 선수들을 무더기 징계했다. 나름 철퇴를 가했다지만 솜방망이에 불과하다. 재발 방지를 위한 더 강력한 조치가 아쉽다. 이것만으로 국가대표의 추락한 이미지를 되살리고 흐트러진 기강을 바로 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협회 내부에서도 걱정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한 관계자는 “골프 국가대표팀이 지금처럼 시끄럽고 분란을 일으켰던 적이 없다”면서 “징계 당사자들이 이번 일을 계기로 자숙의 시간을 갖고 새롭게 거듭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골프는 아시안게임 효자종목이다. 2006 도하아시안게임과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남녀 금메달을 싹쓸이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대표팀의 파행적인 운영이 불가피해졌다. 이대로는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 사냥도 장담할 수 없다. 뼈를 깎는 고통이 뒤따르더라도 해이해진 기강을 바로 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