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장기영(31)은 올해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아찔한 경험을 했다. 연습경기 도중 투구에 얼굴을 맞아 중도 귀국했다. 그는 “야구를 하면서 처음 얼굴에 공을 맞아봤다. 기절도 처음 해봤다”며 쑥스럽게 웃었다. 훈련 페이스가 한창 좋았기에 아쉬움은 더했다. 수술대에 오르지 않고 일본 오키나와 2차 캠프에 합류할 수 있었던 게 불행 중 다행. 그러나 확실히 트라우마는 남았다. 장기영은 “솔직히 지금도 타석에 서면 무서운 마음이 든다. 무서우면 진다고 생각하며 견디고 있다”고 귀띔했다.
경험자인 롯데 조성환을 찾아 조언도 구했다. 조성환은 2009년 문학 SK전에서 공에 맞아 왼쪽 광대뼈가 함몰되는 큰 부상을 입었다. 이후 공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한동안 어려움을 겪었다. 장기영은 “선배님 역시 많이 힘드셨다고 들었다. 그러면서 ‘그래도 공을 보고 치려고 들어가야지, 피하기 시작하면 방법이 없다’고 하시더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럴 때 주변의 격려는 큰 힘이 된다. 장기영은 “코치님들이 ‘그런 일은 평생에 한번 일어날까 말까다. 이번에 맞았으니, 다시는 맞을 일 없다’고 자신하신다”며 웃어 보였다. 확실한 ‘액땜’ 덕분일까. 장기영은 요즘 넥센의 테이블세터로 공수에서 활약하고 있다. 팀도 잘 나간다. 상처는 그렇게 무사히 극복돼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