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타는 좌투수에 쩔쩔? 최희섭-박용택은 펄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9일 03시 00분


프로야구 투타 속설 뒤집는 사례 많아… 우타자 박병호는 되레 좌투수에 약해

프로야구 KIA 선동열 감독은 7일 롯데와의 경기에서 타율 1위 신종길(0.579)을 9번 타순에 배치했다. 4회 공격 때 선두타자가 출루하자 신종길에게 희생번트 사인도 냈다. 앞선 6경기에서 타율 0.647의 불방망이를 과시하던 타자에게 선 감독이 이런 시련을 안긴 이유는 뭘까.

답은 간단하다. ‘왼손 투수에게 왼손 타자는 약하다’는 야구계의 속설 때문이다. 왼손 타자 신종길이 이날 상대할 롯데의 선발 투수는 좌완 유먼이었다. 이 경기에서 신종길은 유먼과 역시 좌완인 이명우를 상대로 2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최근 3년간 기록을 살펴봐도 신종길은 우투수(상대 타율 0.227)보다 좌투수(0.182)에게 확실히 약했다.

그런데 선 감독은 왼손 타자 최희섭은 중심 타순(5번)에 그대로 놔뒀다. 적어도 국내 무대에서 최희섭은 왼손 투수에 약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기록에 따르면 최근 3시즌 동안 최희섭은 좌투수를 상대로 타율 0.301을 기록했다. 우투수를 상대로는 0.258이었다. 최희섭의 좌투수 상대 OPS(출루율+장타력)는 0.883으로 우타자인 넥센 강정호의 좌투수 상대 OPS(0.879)보다 오히려 높다.

LG 박용택도 왼손 타자이면서 왼손 투수에 더 강하다. 박용택은 왼손 투수를 상대할 때 OPS 0.865로 젊은 강정호(0.858) 같은 타자이지만 우투수를 상대하면(0.771) 노장 진갑용(0.772·삼성)처럼 된다.

넥센 박병호는 특이하게도 좌투수에 약한 우타자다. 박병호는 좌투수를 상대로 OPS 0.685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우투수 상대 기록은 이보다 0.285나 높은 0.970이었다. 오른손 투수를 상대할 때 박병호는 KIA 주전 3루수 이범호(0.914)보다 좋은 타자지만 왼손 투수를 상대하면 이범호의 백업 박기남(0.698)보다 못한 타자가 됐던 것. 왼손 투수 LG 봉중근도 지난해 12월 자서전 ‘야구공 실밥 터지는 소리’를 내면서 박병호를 가장 상대하기 쉬운 타자로 꼽았다. 실제 둘은 맞대결에서 3타수 1안타 1삼진으로 팽팽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

전체적으로 왼손 타자들은 언더핸드 투수를 만나면 OPS 0.826을 치면서 한화 최진행(0.827)처럼 된다. 반면 좌완을 상대로는 0.695로 최진행의 팀 선배 고동진(0.693) 수준으로 떨어진다.

그렇다고 무조건 왼손에는 왼손으로 맞불을 놓는 건 현명하지 못한 선택이다. 기록을 보면 좌타자 박용택 최희섭보다 오히려 우타자 박병호가 좌완 원포인트 투수를 투입해야 하는 타자니까 말이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프로야구#최희섭#박용택#좌타#좌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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