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잠실구장. 비바람이 강하게 불었지만 LG 선수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라운드에서 훈련에 열중하고 있었다. 잠시 후 홀로 다른 유니폼을 입은 한 명이 그라운드로 뛰어들어 여기저기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때 맞춰 사진기자들이 플래시를 터트렸다. 주인공은 잠시 당황하더니 다시 인사를 하며 LG 덕아웃 안으로 쏙 들어갔다.
NC 안방마님 김태군(24·사진)은 이처럼 이적 후 처음 잠실구장을 찾아 친정팀 LG 선수들에게 바쁘게 인사를 하고 돌아다녔다. 보호선수 20인 외의 특별지명으로 NC 유니폼을 입고 이제 어엿한 주전 포수가 됐지만, 김태군은 지난 5년간 LG가 사랑했던 유망주였다.
김태군은 타격훈련 후 다시 취재진에 둘러싸였다. 그러자 쑥스러운 표정으로 “난 절대 이런 선수가 아니다. 방금 전에도 카메라가 터져서 깜짝 놀랐다”며 웃었다. 기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을 정도의 스타가 절대 아니라며 고개를 젓던 김태군은 “(김기태) 감독님도 따뜻하게 맞아주시고, 모두와 반갑게 인사했다. LG는 나를 프로선수로 만들어준 팀”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맙지만 이제는 상대팀이기 때문에, 지고 싶은 생각은 없다. 우리 팀 투수들과 LG 타자들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눴다. 오늘 경기 후에는 내가 아니라 우리 팀 투수들이 이렇게 인터뷰를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자신의 달라진 모습을 가장 보여주고 싶은 상대를 만나서였을까. 경기 직전까지 김태군의 몸짓, 목소리에는 모두 힘이 넘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