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프루핑(Tiger Proofing)’이라는 말이 있다. 워터 프루핑(Water Proofing·방수)에서 빌려 온 말로 ‘호랑이 막기’라는 뜻이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38·미국)에게서 유래돼 보통 명사처럼 쓰이는 이 단어는 세계 최고 권위의 골프대회인 마스터스에선 더욱 절실한 의미를 갖는다. 우즈의 날카로운 이에 가장 큰 상처를 입은 대회이기 때문이다.
1996년 “헬로, 월드”란 말과 함께 프로에 데뷔한 우즈는 이듬해 4월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첫 메이저대회 마스터스에서 18언더파 270타라는 무지막지한 스코어로 우승했다. 2위 톰 카이트와는 무려 12타 차였다. 이 대회 역대 최저 스코어 우승이자 최다 타수 차 우승이었다. 최연소 우승(21세 3개월 14일)이기도 했다.
유리알 그린과 ‘아멘 코너’ 등으로 무장해 어렵기로 유명했던 오거스타 내셔널GC가 발칵 뒤집혔다. “우즈가 드라이버 샷을 친 뒤 웨지로 손쉽게 투 온을 하는 골프장에서 무슨 메이저 대회냐”는 비난이 쏟아졌다. 오거스타 내셔널GC는 이듬해부터 나무를 더 심고 러프를 늘리는 식으로 호랑이 막기에 나섰다. 하지만 2001년 대회에서 우즈가 16언더파로 우승하면서 임시방편으로는 우즈의 독주를 막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2002년 대회를 앞두고는 9개 홀을 대대적으로 손봐 6925야드였던 코스 전장을 7270야드로 늘렸다. 405야드였던 마지막 18번홀(파4)은 465야드로 늘리는 한편 페어웨이 왼쪽에 깊은 벙커를 파고 나무숲까지 조성했다. 우즈를 표적으로 삼은 것 아니냐는 비난에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러나 “난 변화를 좋아한다”며 2002년 대회에 나선 우즈는 12언더파로 또다시 정상에 섰다. 1라운드부터 4라운드까지 한 번도 선두를 내주지 않은 완벽한 우승이었다. 우즈는 2005년 네 번째 그린재킷을 입었다.
11일(한국 시간) 개막하는 제77회 마스터스의 모든 스포트라이트는 우즈에게 집중돼 있다. 2009년 성추문 이후 주춤했던 우즈는 올 시즌 5개 대회에 출전해 3번 우승했다. 남자골프 세계랭킹 1위 자리도 되찾았다. 우즈가 부진했던 최근 2∼3년간 2000∼3000달러면 살 수 있었던 암표 티켓은 7000달러(약 792만 원)를 넘었다.
나이를 먹으면서 우즈도 예전 같지는 않다. 2000년대 초반 드라이버 비거리에서 1, 2위를 다퉜던 우즈지만 요즘은 우즈보다 멀리 공을 보내는 골퍼를 쉽게 볼 수 있다. 올해 대회 코스 전장은 7435야드로 세팅됐다.
잭 니클라우스가 보유한 메이저대회 최다승(18승) 경신을 목표로 하고 있는 우즈는 이번 마스터스 우승이 절실하다. 우즈의 최근 메이저대회 승리는 2008년 US오픈으로, 통산 승수는 14승에 멈춰 있다. 우즈는 올해 마스터스에서 또 한 번의 드라마를 완성할 수 있을까. 우즈는 11일 오후 11시 45분 루크 도널드(잉글랜드), 스콧 피어시(미국)와 1라운드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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