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 어떻게 경기를 펼쳤는지 기억이 안 난다. 마음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었다. 내일을 위해 어떤 연습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김자영(22·LG). 2012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다승왕인 그녀는 어리둥절해 했다. 11일 제주 서귀포시 롯데스카이힐 골프장(파72·6238야드)에서 열린 롯데마트 여자오픈(총상금 5억원·우승상금 1억원) 1라운드에서 버디는 1개에 그치고 트리플 보기 1개, 더블보기 1개, 보기 5개를 쏟아냈기 때문이었다. 9오버파 81타로 공동 68위. 믿기지 않은 성적표다.
악조건의 연속이었다. 김자영은 대회를 나흘 앞두고 연습 중 오른쪽 어깨부위에 가벼운 부상을 입었다. 허리까지 좋지 않았던 터라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
찜찜한 기분은 성적으로 이어졌다. 1번홀(파4)부터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두 번째 샷이 생크(클럽의 호젤 부분으로 공을 때려 오른쪽으로 휘어지는 샷)가 나와 OB(아웃 오브 바운즈)가 됐다. 더블보기로 홀아웃 했다. 전반 9홀에서만 무려 6오버파를 쳤다.
강풍도 김자영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했다. 12번홀(파4)에서는 어프로치 샷이 강풍에 휩쓸려 OB구역으로 날아가는 불운도 겹쳤다. 실망할 법도 했지만 김자영은 다시 이를 악물었다. 그는 “인정하고 싶지 않은 성적이다. 그러나 아직 끝난 건 아니다”라며 퍼터를 들고 연습그린으로 향했다. 눈빛은 여전히 승부욕으로 넘쳤다.
이날 경기에선 양수진(22·정관장)이 이븐파 72타를 치며 단독 선두로 나섰다. 오버파를 기록하지 않은 유일한 선수다. 디펜딩 챔피언 김효주(18·롯데)는 공동 17위(4오버파 76타)로 무난한 출발을 보였다.
한편 108명이 출전한 이번 대회에선 1라운드가 끝나기 전 무려 6명이 무더기로 기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