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미국의 스포츠전문매체 ESPN은 ‘MLB 역대 난투극 BEST 9’ 영상을 선정해 큰 화제를 뿌렸다. 이 영상에는 은퇴한 ‘코리안 특급’ 박찬호도 주연으로 등장했다. LA 다저스 시절이던 1999년, 타석에 선 박찬호는 희생번트 후 1루로 향하던 중 애너하임 선발투수 팀 벨처에게 태그아웃 당한 뒤 신경전을 벌였다. 몸싸움을 벌이던 벨처가 인종차별적인 말을 던지자 순간적으로 참지 못한 박찬호는 갑자기 뛰어올라 이단 옆차기를 날렸다. 이후 양 팀 선수들이 뒤엉켜 집단난투극으로 번졌고, 박찬호는 곧바로 퇴장 명령을 받았다. 이 장면은 ‘역대 난투극’ 6위였다.
1위 영상의 주인공은 메이저리그의 전설로 꼽히는 놀란 라이언. 1993년 당시 46세 노장이던 라이언은 자신의 투구에 맞은 ‘아들 뻘’ 로빈 벤추라가 마운드로 뛰어들자 마치 헤드록을 걸듯 가볍게 머리를 감싸 안은 채 ‘꿀밤 6연타’를 날렸다. 벤치 클리어링은 이처럼 볼거리가 될 뿐만 아니라 때로는 한 게임, 길게는 시리즈의 운명을 바꾸는 변수가 되기도 한다. 한국프로야구에서 SK와 두산이 맞붙었던 2007년 한국시리즈 3차전은 벤치 클리어링이 시리즈의 명암을 좌우한 대표적 사례로 남아있다. SK가 9-0, 큰 점수차로 이기고 있을 때 두산 투수 이혜천이 SK 타자 김재현에게 빈볼을 던졌다. 두산은 앞서 베테랑 안경현이 골절상을 당하는 등 SK 투수들의 몸쪽 공에 여러 번 위협을 느꼈고 ‘너희도 다칠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보내려 한 것이었다. . 결국 2차전까지 연승을 했던 두산은 이날 경기부터 6차전까지 4연패하면서 한국시리즈 패권을 넘겨주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