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경 부친 “축구 위해 영어까지 극복…보경이는 정말 독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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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18일 07시 00분


김보경(카디프시티)의 아버지 김상호 씨는 아들의 굳은 신념과 성실함이 좋은 결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사진은 김보경이 카디프시티 자택에서 음식을 만들고 있는 모습. 스포츠동아DB
김보경(카디프시티)의 아버지 김상호 씨는 아들의 굳은 신념과 성실함이 좋은 결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사진은 김보경이 카디프시티 자택에서 음식을 만들고 있는 모습. 스포츠동아DB
■ 김보경 부친이 전한 유럽무대 1년

부상에 슬럼프 겪어도 내색않고 홀로 견뎌
숙제였던 언어문제…이제 통역 없이 척척


“내 자식이지만 정말 독하다는 생각이 들 때 많죠.”

김보경(24·카디프시티)의 아버지 김상호(57)씨가 너털웃음을 지었다. 김 씨는 대표적인 ‘사커 대디’다. 김 씨는 넉넉한 형편이 아니었음에도 아들에게 도움 되는 건 다 했다. 2011년부터는 숙박업을 접고 본격적으로 아들 뒷바라지를 했다. 17일(한국시간)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 리그) 카디프시티가 다음 시즌 프리미어리그(EPL) 승격을 확정했다. 김 씨는 집 이사준비로 잠시 한국에 와 있어 역사적인 순간을 아들과 함께 하지 못했다.

○아들의 선택 적중

“아니 보경이 아버님. 왜 아들을 2부 리그로 보냅니까?”

작년 여름, 김보경이 카디프시티로 간다고 하자 많은 지인들이 연락했다. 당시 김보경은 독일, 잉글랜드 1부 리그 몇몇 팀의 러브콜을 받았다. 김 씨는 흔들리지 않았다. 아들과 에이전트를 믿었다. 한 차례 경험도 있었다. 김보경은 2009년 말, 일본 J1(1부) 세레소 오사카에 입단하자마자 J2(2부) 오이타로 임대됐다.

걱정하는 김 씨를 아들은 “2부에 개의치 않고 적응하는 기회로 삼겠다”며 안심시켰다. 김보경은 1년 후 복귀해 팀의 에이스가 됐다. 아들의 선택은 이번에도 적중했다. 1년 만에 꿈의 리그 EPL 무대를 밟게 됐다. 김 씨는 “2년 내에 중상위 클럽 진입, 그 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 팀 입단이라는 목표를 아들과 함께 세웠다. 이제 시작이다”고 했다.

○독종 내 아들

김보경은 덤덤한 편이다. 김 씨의 축하 문자에도 ‘감사합니다’라는 짧은 답장 하나 달랑 보냈다. 그러나 부모를 생각하는 마음은 깊다. 김보경은 올 초 잠시 슬럼프를 겪었다. 언어, 문화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았고, 근육도 좋지 못했다. 5경기 연속 벤치에 앉았다. 그 때 카디프에 있던 김 씨 부부는 아들을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걱정이 태산이었다. 그러나 김보경은 오히려 밝은 얼굴로 집에 왔다. 평소 안하던 농담까지 했다. 김 씨는 “보경이는 감정을 잘 안 드러낸다. 우리 마음 편하게 해주려는 모습에 마음이 짠했다”고 회상했다. 김보경은 슬럼프를 성공적으로 이겨냈다. 카디프시티 말키 맥케이 감독도 김보경에게 “시즌 막판 큰 역할을 해 줄 것이다”며 끊임없이 격려했다. 김보경은 최근 맹활약하며 기대에 부응했다.

숫기 없는 김보경이지만 축구를 잘 하기 위한 일만큼은 뭐든 독종이다. 가장 힘들어했던 영어와의 싸움도 이겨냈다. 매일 영어책과 씨름한 덕분에 이제 생활영어는 유창하다. 김 씨는 “감독이 보경이에게 ‘이제 통역 없어도 되겠다’고 했다더라”며 흐뭇해했다. 김보경은 집에서도 스트레칭, 밸런스 운동을 절대 게을리 하지 않는다. 김 씨는 “내 자식이지만 정말 독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며 혀를 내둘렀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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