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수, 만세… 모비스 PS 전승 우승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18일 03시 00분


만가지 전술 ‘벤치파워’ 입증… 정규리그 1위 SK에 4연승

“눈 감으면 코 베어 간다는 얘기 있죠. 눈 뜨고 있어도 코 베어 가는 사람이 있는데 누군지 알아요? 재학이 형이에요.”

‘농구 대통령’으로 통하는 허재 KCC 감독의 말이다. 허 감독은 유재학 모비스 감독에 대해 “잠시 곁눈질만 해도 코를 베어 갈 사람”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나쁜 뜻으로 한 얘기는 아니다. 유 감독이 지휘하는 팀과 경기를 할 때는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의미였다. 머릿속에 1만 가지 전술을 넣고 다닌다고 해서 ‘만수(萬手)’라는 별명이 붙은 유 감독이다. ‘농구 대통령’도 상대하기가 버거울 수 있다.

초짜 사령탑 문경은 SK 감독에게 ‘만수’는 넘기 힘든 벽이었다. 유 감독이 이끄는 정규리그 2위 모비스가 1위 SK를 인정사정 볼 것 없이 몰아붙여 챔피언결정전 우승 트로피를 안았다. 모비스는 17일 안방인 울산에서 열린 챔피언결정 4차전에서 SK를 77-55로 꺾고 4연승으로 2012∼2013시즌 프로농구 정상을 차지했다. 모비스는 정규리그 상대 전적에서 SK에 2승 4패로 밀렸다. 하지만 챔피언결정전에서는 모비스의 우승을 예상하는 전문가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감독의 ‘벤치 파워’에서 모비스가 크게 앞선다는 평가였다.

정규리그 통산 최다승(425승) 사령탑인 유 감독은 세 번째 챔프전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전창진 KT 감독, 신선우 전 SK 감독이 갖고 있는 최다 우승 타이기록이다. 전자랜드와의 4강 플레이오프를 3연승으로 통과한 유 감독은 챔프전 4연승까지 더해 포스트시즌 전승 우승을 달성했다. 챔프전에서 무패로 정상을 차지한 건 역대 두 번째다. 2005∼2006시즌에 삼성이 플레이오프 7연승으로 우승한 적이 있다. 당시 챔프전에서 삼성에 4연패를 당했던 팀이 유 감독이 지휘한 모비스였다. 7년 전 삼성 감독으로 포스트시즌 무패 우승을 이끌었던 안준호 한국농구연맹(KBL) 경기이사는 “이 기록이 6년 동안 안 깨질 줄은 몰랐는데 한발 떨어져서 보니 당하는 팀 입장에서 보면 가혹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패장 문 감독은 “정규리그 때도 연패는 2연패뿐이었는데 챔프전에 와서 연패가 더 길어졌다. 감독이 초짜라서 불안하다는 얘기가 많았는데 결국 챔피언결정전에서 티가 나고 말았다. 선수 시절에는 내가 못해도 대신해 줄 동료가 있었지만 감독 자리는 대신해 줄 사람이 없다. 큰 경기에서는 감독의 자리가 더 무겁다는 걸 배웠다”고 말했다.

울산=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유재학#모비스#프로농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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