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26·LA 다저스)은 ‘쿨’했다.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처음 겪는 시차가 발생하는 원정경기이자, 지명타자 제도를 쓰고 있는 아메리칸리그 팀과의 첫 경기. 게다가 비로 인해 등판도 하루 늦춰졌다. 이처럼 생소한 부분이 많았던 상황에서 메이저리그 데뷔 후 최악의 날을 경험했지만 핑계를 대는 대신 책임을 지는 자세를 보였다.
류현진은 21일(한국시간) 캠든야즈에서 열린 볼티모어와의 더블헤더 1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삼진 6개를 잡아냈으나 홈런 2방을 포함해 8안타 2볼넷으로 5실점했다. 류현진은 6회말 4-5로 역전을 허용했지만, 다저스 타선은 7회초 5-5 동점을 만들어줬다. 류현진은 승패 없이 7회말 시작과 함께 교체됐다.
시즌 2승1패(방어율 4.01)를 유지한 류현진은 경기 후 “홈런 2개를 맞았는데 모두 실투였다. 좀 높았던 게 홈런으로 연결됐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내가 준비를 잘하지 못했던 것 같다. 초반에 (타선이) 점수도 넉넉하게 뽑아줬는데, 그걸 지키지 못하고 실점한 게 안 좋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실투가 모두 장타로 연결이 됐다. 다음 경기부터는 좀더 조심해야 할 것 같다. 포수 사인대로 던졌는데 내가 잘 못했다”고 팀 패배의 책임을 거듭 자신에게로 돌렸다.
그러나 다저스 돈 매팅리 감독의 류현진에 대한 믿음은 여전했다. 매팅리 감독은 “비록 홈런 두 방을 허용했지만, 류현진의 투구는 그런대로 괜찮았다”고 밝혔다. 이어 “류현진이 6회까지 잘 끌어줬다. 문제는 초반 상승 분위기를 이어가지 못하고 추가 점수를 낼 기회를 (타선이) 여러 차례 무산시켰다는 부분이다”며 류현진의 부담을 덜어줬다.
첫 2경기에서 16이닝 무실점의 위력투를 보였던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는 18일 샌디에이고전에서 홈런을 3방이나 허용하며 6회도 채우지 못하고 패전투수가 됐다. 류현진이 이날 역전을 허용했지만, 추가로 대량실점을 하지 않고 6회까지 마친 점에 높은 점수를 준 것으로 볼 수 있다. 잭 그레인키와 크리스 카푸아노가 부상을 입은 것과 관계없이 류현진에 대한 매팅리 감독의 신뢰는 확고하다.
이날 경기가 끝난 뒤 미국 언론은 부진했던 류현진의 인터뷰에 주목했다. LA 타임스와 AP통신 등은 경기 후 류현진의 인터뷰를 다루면서 ‘그가 핑계 대신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돌렸다’는 점을 부각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