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성증 감독 계약기간 중 사임 불구 잔여연봉은 안주려고 부끄러운 꼼수 책임지지 않는 구단들 행태가 문제
계약의 핵심은 쌍방 간 약속에 있다. 구단과 감독이 맺은 계약기간과 연봉도 엄연히 법률로 보장된 약속이다. 그런데 K리그 구단들은 이 계약을 어기며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계약기간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감독을 내치고 계약서에 명시된 잔여연봉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다.
물론 프로의 세계는 냉정하다. 성적으로 말한다. 계약기간과 상관없이 언제든 목이 달아날 수 있는 게 감독의 고독한 운명이다. 그렇다면 계약기간 내에 사령탑을 바꿀 경우 구단은 잔여연봉을 주는 게 마땅하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는 5년 계약 중 1년만 채우고 물러난 선동열 전 감독이 KIA 타이거즈 지휘봉을 잡기 전까지 매 달 월급을 지불했다. KIA도 계약기간을 1년 남기고 떠난 조범현 전 감독에게 잔여 연봉을 줬다. 감독을 자주 갈아 치우는 바람에 3명의 감독에게 동시에 월급을 지급한 프로야구 구단도 있다.
K리그는 다르다.
대구FC는 23일 당성증 감독을 백종철 부산 아이파크 전 수석코치로 교체했다. 당 감독은 작년 말, 구단과 1+1년 계약을 맺었다. 대구는 올 시즌 말까지 잔여연봉을 줘야 한다. 그러나 대구 관계자는 “당 감독이 먼저 사임 의사를 밝혔고 (잔여연봉에) 연연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자진사퇴니 잔여연봉은 안 줘도 된다는 의미다. 대구 뿐 아니라 상당수 구단이 이런 그릇된 생각을 하고 있다. 프로야구든 프로축구든 감독이 물러날 때는 통상 ‘자진사퇴’ 형식을 취한다. 그러나 프로야구는 경질이든 자진사퇴든 최소한 잔여연봉은 보장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잔여연봉 지급은 구단과 감독이 책임을 나눠진다는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대구는 작년 11월, 당성증 수석코치를 감독에 선임하며 그가 선수들 사이에서 신뢰가 크다는 점에 큰 기대를 걸었다고 한다. 당 감독이 지휘봉을 잡는다고 하자 다른 구단으로부터 좋은 조건에 러브 콜을 받고도 팀에 남겠다고 한 선수가 꽤 있었다. 그러나 좋은 코치가 좋은 감독이 되리란 법은 없다. 대구는 8라운드를 치르며 4골을 넣고 15골을 내줬고 3무5패로 최하위다. 결국 당 감독은 물러났다. 그러나 5개월 전, ‘좋은 수석코치 감’과 ‘좋은 감독 감’을 구분하지 못했던 구단은 어떤 책임도 안 지고 있다.
성적 부진은 1차적으로 감독이 져야할 짐이다. 그러나 그 감독을 뽑은 구단도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는 없다. 이런 인식이 K리그에도 자리 잡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