맙소사, 그는 경기 중 담배를 꺼내더니 불을 붙였다. 동네 야구가 아니었다. 메이저리그 경기 중에, 그것도 더그아웃 안에서 벌어진 일이다. 22일 레인저스볼파크에서 열린 텍사스와 시애틀의 경기 9회초. 론 워싱턴 텍사스 감독은 더그아웃 벽면에 기대 연신 연기를 내뿜었다. TV 중계 해설자가 소리쳤다. “아, 저기서 저러면 안 되는데요.”
워싱턴 감독의 못 말리는 담배 사랑은 팀 간판 타자였던 마크 테세이라(뉴욕 양키스)와의 갈등의 원인이 됐다. 2007년 테세이라는 워싱턴 감독의 더그아웃 내 흡연에 대해 여러 차례 팀 동료들에게 불만을 털어놓았다고 한다. 단지 담배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그는 워싱턴 감독과 마찰을 빚다가 그해 7월 트레이드로 팀을 떠났다.
왕젠민(대만)도 2005년 양키스에 입단했을 당시 라커룸에서 멋모르고 담배를 꺼냈다가 팀 동료들의 비난을 받았고, 올해 LA 다저스에 입단한 류현진도 스프링캠프 도중 달리기 훈련에서 꼴찌를 하자 “담배를 끊어라”는 현지 언론의 지적을 받았다.
이웃나라 일본은 흡연에 관대한 편이다. 가장 인상에 남는 담배 연기는 지난해까지 오릭스를 이끌었던 오카다 아키노부 전 감독이다. 일본 미야코지마 전지훈련 당시 그는 매일 훈련이 끝나면 비좁은 감독실에서 기자들을 상대로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 내내 그의 손에선 담배가 떠나질 않았다. 그를 취재하기 위해선 좋든 싫든 담배 연기를 맡아야 했다. 요미우리 시절 이승엽(37·삼성)의 동료였던 아베 신노스케도 훈련 틈틈이 니코틴과 타르 함량이 높은 독한 담배를 피웠다.
축구와 농구, 배구 등에 비해 야구 선수 중에는 유독 흡연자가 많다. 경기 중간 쉬는 시간이 많기도 하거니와 다른 종목과 달리 쉴 새 없이 몸을 움직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안타 제조기로 이름을 날렸던 국내 프로야구 J 선수(36)가 있다. 그는 한때 굳은 금연 결심을 하고 한동안 담배를 입에 대지 않았다. 그런데 몇 경기 무안타에 그치더니 다시 담배를 찾았고 공교롭게 그때부터 안타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는 여전히 틈틈이 담배를 피우며 안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스트레스 탈출구로 ‘흡연파’로 전향하는 선수도 적지 않다. 지난 10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LG가 대표적이다. P 선수(34)와 J 선수(33) 등은 30대 초중반의 비교적 늦은 나이에 담배를 처음 손에 들었다.
그렇지만 분명한 건 흡연을 하지 않는 선수가 더 오래, 그리고 더 건강히 선수 생활을 한다는 것이다. 한국 프로야구 최고령 선수인 최향남(42·KIA), 30대 후반의 나이에도 홈런을 펑펑 쳐 대는 이승엽, 한국 나이 40에 여전히 포수 마스크를 쓰는 조인성(39·SK) 등은 모두 비흡연자이다. 물론 ‘늘 푸른 소나무’ 김용수처럼 담배를 피우면서도 40세 넘게 선수 생활을 한 경우도 있다. 그렇지만 그가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면 50세까지 현역 생활을 연장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