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추 트레인’ 추신수(31·신시내티)가 110년 묵은 미국 메이저리그 ‘월간 최다 몸에 맞는 공’ 기록을 깨뜨렸다. 추신수는 23일 시카고 컵스와의 안방경기 6회에 올 시즌 10번째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하며 1903년 같은 팀의 마이크 돈린이 기록한 9개를 넘어섰다.
추신수는 이날 볼넷도 2개를 추가해 메이저리그 전체 출루율 1위(0.521)도 유지했다. 추신수의 볼넷(13개)은 전체 5위다. 볼넷과 몸에 맞는 공을 많이 얻은 덕분에 추신수의 타율(0.366·전체 8위)과 출루율의 차이는 0.155에 달한다. 보통 이 차이가 0.1이 넘으면 ‘출루 머신’으로 인정받는다.
선수들은 일반적으로 출루율보다 타율, 타점, 홈런에 더 신경을 쓴다. 메이저리그의 대표적인 ‘강철 어깨’ 캔자스시티 외야수 제프 프랭쿠어는 2006년 “출루율이 그렇게 중요하다면 왜 전광판에 표시하지 않느냐”며 비웃기도 했다. 그는 그해 애틀랜타에서 26홈런, 103타점을 올렸지만 출루율은 0.293에 그쳤다. 그해 메이저리그 평균 출루율(0.337)보다 못했다.
경제학적으로 보면 야구에서 공격은 아웃카운트 3개를 ‘자원’으로 활용해 득점이라는 ‘제품’을 만드는 과정이다. 그런 점에서 출루율은 ‘아웃을 당하지 않는 능력’, 즉 자원 낭비를 최소화하는 기술의 척도다. 미국 경제학자 레이먼드 사워와 잔 헤이크스의 2006년 공동 연구에 따르면 출루율은 1999∼2003년 메이저리그 팀 성적과 가장 상관관계가 큰 기록이었다. 하지만 출루율은 선수 연봉과는 그리 큰 연관이 없었다.
오클랜드의 빌리 빈 단장은 이 점을 간파했다. 그는 홈런이 지나치게 과대평가됐다는 사실도 눈치챘다. 빈 단장은 홈런만 많은 타자를 내주고 출루율이 높은 타자를 데려오는 트레이드로 재미를 봤다. 고평가된 주식을 팔아 저평가된 종목을 사들이는 방식이었다. 오클랜드의 이런 성공 사례는 베스트셀러 ‘머니볼’을 통해 2003년 세상에 알려졌다.
결국 그게 많은 연봉을 주기 힘든 오클랜드의 발목을 잡았다. 오클랜드만의 투자 비법이 알려지면서 출루율의 시장 가치가 올랐던 것. 클리블랜드의 제이슨 지암비(당시 오클랜드)는 2000년 메이저리그 전체 출루율 1위를 기록하고도 2001년 연봉을 410만 달러(약 46억 원)밖에 못 받았다. 2002년 그가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자 뉴욕 양키스는 1000만 달러가 넘는 연봉을 제시해 지암비를 영입했다. 지난해 출루율 1위 조이 보토(신시내티)의 올해 연봉은 1700만 달러(약 191억 원), 출루율을 폄하했던 프랭쿠어의 올해 연봉은 750만 달러다.
올해 연봉 737만5000달러(약 83억 원)를 받는 추신수는 시즌이 끝나면 FA 자격을 얻는다. 계속 높은 출루율을 이어 간다면 ‘연봉 대박’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 장타력(0.606·전체 16위)까지 갖췄기에 더욱 그렇다. 이제 부상을 조심하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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