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아홉 백전노장, 18세차 막내와 그라운드 누벼 철저한 자기관리+남다른 승부욕…팀 키플레이어로 “동료에 민폐끼칠때 은퇴…FA컵 트로피는 욕심난다”
성남 일화 훈련장에서 종종 울려 퍼지는 단어가 ‘아버지’다. 아버지의 주인공은 팀 내 최고참 미드필더 김한윤. 1974년생이니 한국나이로 마흔이다. 만 39세. 팀 내 신인 황의조와는 무려 18살차다. 김한윤이 씩 웃었다.
“(이)요한이가 붙여준 별명인데요. 기분이요? 전혀 안 나빠요. 선후배 사이에 예의만 지키면 이런 농담은 언제든 환영. 그래도 형이 더 좋죠. 하하. 나이 차 많이 나는 동생들에게 제가 먼저 그래요. 형이라 부르라고.”
성남이 최근 3경기에서 전북 현대-FC서울-울산 현대를 연이어 꺾자 김한윤의 존재 가치가 새삼 부각되고 있다. 김한윤은 포백 라인 앞에서 상대 공격을 끊어내고 경기 전체를 조율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전문가들은 김한윤을 ‘키 플레이어’로 꼽는다. “요즘 지인들이 자주 전화를 주시더라고요. 나이 먹고도 어찌 그리 잘 뛰느냐고요.” ‘철인’의 비결이 궁금하지만 김한윤의 대답은 한결 같다. 특별한 것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웨이트트레이닝을 게을리 하지 않는 등 자기관리는 철저하다. 담배도 물어본 적이 없다. 특별히 먹는 보양식도 없고 비 시즌에는 친구들을 만나 가끔 소주도 한 잔 하는 꽤 ‘인간적인’ 삶을 산다. 그는 정신적인 부분을 들었다. “승부욕이 정말 강하거든요. 운동장에서 죽기보다 지는 게 싫어요. 그러니 100% 경기력을 보이기 위해 준비를 잘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김한윤은 작년 시즌이 끝난 뒤 부산으로부터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았다. 1∼2년 더 뛰고 싶었던 그는 대학에서 후배들과 함께 훈련하며 묵묵히 몸을 만들었다. 올 시즌 선수등록 마감 직전 성남 안익수 감독의 전화를 받았다. 서울-부산에 이은 세 번째 안 감독과의 인연이다. 김한윤은 “이긴 뒤 팬들의 함성, 동료들과 주고받는 하이파이브, 그 승리의 희열에 운동장을 떠날 수가 없어요”라고 했다.
K리그 필드 플레이어 최고령 출전기록은 김기동이 갖고 있다. 김기동은 2011년 10월30일에 39세302일의 출전기록을 세웠다. 김한윤이 내년 4월29일 이후 그라운드를 밟으면 이 기록을 새로 쓰게 된다. 그러나 그는 기록에 연연하지 않는다. “제가 체력이 떨어져서 저 때문에 동료들이 한 발 더 뛰거나 그러면 미련 없이 은퇴할 겁니다. 그러니 기록세우겠다는 계획은 아예 생각해 본 적 없죠.”
단, 은퇴 전 꼭 이루고 싶은 목표는 있다. FA컵 우승이다. 정규리그와 컵 대회 모두 정상에 서 봤는데 FA컵 트로피는 아직 못 들어올렸다. “올해 꼭 FA컵에서 우승하고 싶어요. 내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도 따고. 만약 내년에도 기회가 주어지면 챔피언스리그 무대도 꼭 밟아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