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장혈투에 들어가 더 이상 던질 투수가 없다. 그래서 야수가 마운드에 올라야 하는 비상상황이라면 누가 적임자일까. KIA에는 시속 140km대 중반의 빠른 공을 던지는 믿음직한 최후의 카드가 있었다.
KIA는 24일 마산 NC전에서 연장 12회까지 무려 9명의 투수를 투입했다. 5선발 임준섭까지 소진한 상황. KIA 선동열 감독은 10회말 불펜에 남은 마지막 투수 이대환을 올리며 야수들의 이름 하나하나를 머릿속에 떠올렸다. 25일 선 감독은 “투수가 더 이상 없었다. 이대환이 맞으면 지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이 생기면 ‘김선빈을 준비시켜야 하나’, 그런 생각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유격수 김선빈은 화순고 2학년이던 2006년 청소년대표팀에 투수로 선발된 적이 있을 정도로 어깨가 강하다. 당시 함께 태극마크를 달았던 투수들은 김광현(SK), 이용찬(두산), 양현종(KIA) 등이다. 선 감독은 “지금 마운드에 올라가도 140km는 충분히 던진다. 김선빈은 가끔 광주에서 마운드에 올라 공을 던지며 어깨를 풀기도 한다”며 웃었다.
이처럼 김선빈에게는 마운드는 낯익은 곳이다. 종종 “비상상황이어야 되겠지만, 프로 마운드에서 한 개라도 공을 던져보고 싶다”고 말한다. 소원대로 KIA의 10번째 투수가 될 뻔했던 김선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