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 직원이 안마시술소 출입 및 전자오락기기 구입비용을 식비 및 세탁비로 허위 작성했다’는 감사원의 최근 보고서는 축구협회의 인사관리가 얼마나 허술한지를 보여준다. 여기에는 협회 노동조합의 이기주의도 작용했다.
협회는 지난해 말 비리 사실을 확인하고 징계위원회를 열었다. 하지만 노조위원장 출신 위원 등은 ‘징계사유 발생 2년을 경과한 때는 징계 심의 요구를 하지 못한다’는 규정을 들어 징계 결정을 무산시켰다. 비리는 2009년 말부터 2010년 중순까지 일어났었다. 비리 직원은 이전에도 여자대표팀 주무 시절 술을 마시고 여자코치 방에 들어가 6개월 정직의 징계를 받은 ‘전과’가 있었다. 규정도 중요하지만 축구협회의 이미지 제고와 일벌백계로 조직원들의 건전한 근무태도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징계를 꼭 했어야 했다. 당시 인사위원회에 들어갔던 다수의 인사들에 따르면 노조 측 인사들이 외관상으론 원칙을 내세웠지만 그 직원이 ‘충실한 노조원’이라는 이유로 두둔한 측면이 강했다고 한다.
노조는 자신들의 말을 잘 따르는 노조원은 철저하게 보호하고 비판적인 노조원은 ‘왕따’를 시키고 있어 협회 내부에서도 말이 많다. 국제국에서 일 잘하던 사원이 ‘왕따’를 견디지 못하고 퇴직했다. 노조 ‘왕따’로 고민하는 직원들은 여전히 있다. 노조는 협회가 비리 직원에게 위로금을 준 사건을 알고 당시 ‘전무이사를 잘라라. 그렇지 않으면 언론에 공개하겠다’고 경영진을 협박했었다. 비리 직원이 있으면 당연히 공개해야 하는데 자신들이 ‘적’이라고 생각하는 인사를 제거하려고 이용한 것이다.
협회의 치밀하지 못한 인사관리도 문제다. 비리 직원은 모 구단에서 일하다 비리로 해고된 전력이 있었다. 하지만 협회는 이런 전력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채용했다. 또 비리 직원이 안마시술소에서 법인카드를 사용하는 것을 확인하고도 경고만 하다가 사태를 키웠다.
한국축구는 현재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해 질주하고 있다. 최강희 대표팀 감독 등 축구인들은 축구 발전을 위해 총력을 쏟고 있는데 축구로 밥 먹고 사는 ‘사이비 축구인들’은 자기 배 채우기에만 급급해하고 있다. 비리를 저지르고도 얼굴을 버젓이 들고 출근하며 축구인들이 땀 흘려 번 ‘돈’을 축내고 있으니 “협회는 신이 숨겨둔 직장”이라고 했던 조중연 전 회장의 심정이 이해가 간다.
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yjongk@donga.com
[반론보도문]
본지는 지난 4월 26일자 스포츠면에 “비리 저질러도 감싸는 노조…” 제하로 축구협회노조 관련 내용을 보도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대한축구협회노동조합은 해당 건은 축구협회 처무 규정에 의거, 징계사유 발생 2년이 경과해 징계심의가 불가했던 사안이라고
밝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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