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의 유리피언투어인 발렌타인 챔피언십. 풍성한 볼거리로 갤러리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28일 최종 라운드가 열린 경기도 이천 블랙스톤 골프장에는 좀처럼 보기 드문 이색 풍경이 펼쳐졌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여자골퍼들이 갤러리로 골프장을 찾은 것. 때마침 이번 주에는 KLPGA 투어가 휴식기여서 주말을 이용해 대회장을 찾은 여자골퍼들이 많았다.
오전 일찍 골프장을 찾아 1시간 정도 경기 장면을 지켜본 허윤경(23·현대스위스)은 “몇 년 전 한국오픈 때 갤러리를 하고 오늘 처음이다. 직접 와서 보니 대회장 분위기부터 다른 것 같다. 외국의 유명선수들까지 출전하다보니 국내에서 열리는 대회 같지 않다”라며 부러워했다. 이어 “정말 재미있다. 선수들이 퍼팅하는 모습을 보면 내가 하는 것처럼 떨렸다. 퍼팅이 빗나갈 때는 마치 내가 실수한 것처럼 안타까웠다”며 경기를 즐겼다.
2011년 히든밸리 여자오픈 우승자 변현민(23)도 어머니와 함께 경기장을 찾았다. 그는 2010년 브리티시오픈 우승자인 루이스 우스트이젠(남아공)을 따라다니며 관전한 뒤 “경기 수준이 상당히 높다. 코치선생님이 ‘하나라도 배워 와야지 관전하고 괜히 눈만 높아져서 오면 안 된다’라고 하셨는데 유럽선수들의 경기를 보고 있으니 자연스레 눈이 높아지는 것 같아 큰일이다”라며 엄살을 부리기도 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선수에서 갤러리로 입장이 바뀌자 예전엔 몰랐던 팬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허윤경은 “경기할 때는 몰랐는데 밖에서 경기를 관전하니 사진을 찍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갤러리들이 자꾸 사진을 찍으려는 이유를 알 것 같다”며 웃었다.
변현민도 “선수들의 멋진 장면을 사진으로 찍고 싶은 데 꾹 참고 있다”며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