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의 ‘내일이 보이지 않는 야구’가 계속되고 있다. 데니 바티스타와 대니 이브랜드, 송창식을 제외한 모든 투수들이 매 경기 대기하는 이른바 ‘몰빵’ 야구다. 처음에는 개막 13연패를 탈출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지만, 4승을 챙긴 뒤에도 마운드 운용방식은 바뀌지 않고 있다. 실제 28일 문학 SK전에서도 좌완 유창식을 선발로 내세운 뒤 1.1이닝만에 강판시키고 김혁민을 올렸다. SK 좌타자들이 경기 시작 전 유창식이 아닌 우완 김혁민을 상대하기 위해 따로 준비했을 정도로, 뻔한 수순이었다. 한화 코칭스태프는 “이길 수 있는 경기에 모든 걸 쏟아 부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다수의 야구 관계자들은 “무엇을 위한 야구인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갸웃했다.
○한화, 1승만 보고 달린다!
한화의 전력은 객관적으로 약하다. 한화 김응룡 감독은 난관을 헤쳐 나가기 위해 “용병 2명과 송창식을 제외하고 매 경기 투수조 전원 대기”라는 극단적 처방을 내렸고, 이 방식을 한 달째 이어오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선수는 “프로팀이니까 응원해주는 팬들에게 이기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1·2선발이 이겨주면 3·4선발은 대량실점해도 마운드 위에 놔두는데, 그게 안 되니 어쩔 수 없는 일 아닌가”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투수진의 과부하는 걱정거리다. 그는 “그나마 있던 투수들이 아파버리면, 팀이 더 약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 야구 관계자도 “한화가 가을야구를 하거나 승률 5할을 기록할 전력이 아니지 않나. 미래를 보고 선수육성에 초점을 맞추는 게 옳다고 보는데, 1승만을 위한 야구를 하고 있다. 그리고 냉정하게 말해 투수를 그렇게 써서 몇 게임이나 이겼나. 이 상태가 계속되면 투수들이 다 망가질 텐데, 후반기나 내년에는 어떻게 야구할지 걱정된다”고 꼬집었다.
○선발-계투 보직 파괴? 엄청난 데미지
선수육성 방식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유창식은 올해 4선발로 낙점됐지만,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며 계투로 보직이 변경됐다. 그러나 28일 선발로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한 선발투수는 “선발과 계투는 투구 스타일, 준비과정 등 모든 게 다르기 때문에 두 보직을 왔다 갔다 하면 데미지가 크다. A급 투수도 그런 일이 반복되면 좋은 공을 던질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른 야구 관계자도 “유창식이 흔들리고 있지만, 어차피 선발로 키워 쓸 선수 아닌가. 대량실점해도 최소 5이닝, 공 100개는 던져봐야 스스로 느끼며 성장하는데, 1∼2이닝만 던져서는 발전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야구인은 “NC도 당장 성적은 못 내고 있지만, 벤치가 선수들을 믿고 기다려주지 않나. NC 팬들은 점점 더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는데, 한화 팬들은 팀이 앞으로 더 나빠질 수 있다는 불안감을 안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