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플레이어는 감독으로 성공하기 힘들다’는 말이 있다. 물론 유재학 모비스 감독과 허재 KCC 감독 등 명장의 반열에 올라선 스타플레이어 출신 사령탑들도 있지만, 이 같은 세간의 편견 또는 선입관은 여전하다.
6시즌 만에 프로농구 코트로 돌아온 이충희(54) 동부 신임 감독은 한국은 물론 아시아를 호령한 슈터로, 한때 미국프로농구(NBA) 댈러스 매버릭스로부터 영입을 제안 받았던 최고의 스타였다. 이 감독은 1997∼1998시즌 LG에서 무명의 선수들을 이끌고 정규리그 준우승을 이끌기도 했지만, 2007∼2008시즌 오리온스에선 4승22패의 부진 속에 사령탑에서 중도 퇴진하는 아픔을 맛봤다. 감독으로 161경기에서 77승84패. 성공보다 좌절이 도드라지는 커리어다. 프로는 아니지만 동국대(2006년)와 고려대(2009년)에서도 감독으로 1년을 채우지 못했다. 동부는 이 감독이 지금까지 맡아온 팀들 중 가장 전력이 탄탄한 편이다.
이 같은 주위의 시선을 의식해서인지 이 감독은 30일 서울 논현동 KBL(한국농구연맹) 센터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나를 두고 선수시절은 화려했지만 감독으로는 실패했다는 말을 한다. 방송 해설을 하면서 농구를 보는 시야가 넓어졌다고 생각한다. 선수생활을 마치고 처음 감독을 맡는 기분으로 시작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동부는 좋은 팀이다. 앞으로 명문구단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프로팀은 우승이 목표여야 한다. 정상에 도전하겠다”고 강조했다.
농구 색깔도 바꾸겠다고 했다. 사령탑이 바뀌면 코치들 대부분을 교체하는 관행과 달리 기존 김영만(41)-이세범(39) 코치를 그대로 중용하면서 강력한 리바운드를 바탕으로 한 속공농구를 펼칠 뜻을 나타냈다. LG 시절 수비농구를 지향했던 이 감독은 “리바운드가 강한 팀이 강팀이다. 동부에는 수비를 할 줄 아는 선수들이 있다. 김주성과 이승준에 외국인선수까지, 장신들도 각각 한 경기에 3번 정도 속공으로 노마크 레이업슛을 할 수 있는 농구를 하겠다”고 밝혔다.
감독 제의를 받고 최종 확정되기 전까지 탤런트인 아내 최란 씨에게도 귀띔하지 않았다는 이 감독은 “어제(29일) 발표가 된 후 딸들과 5분 동안 포옹을 하며 기뻐했다. 잠을 이루지 못하고 오늘을 기다렸다”며 “(오리온스 감독에서 물러난 뒤) 2년 정도면 다시 프로에서 불러줄 것으로 생각했는데, 5년이 지났다. 젊었을 때는 어려움을 만났을 때 극복하는 힘이 부족했다. 그동안 중계를 통해 양쪽 팀의 입장을 모두 보며 시야를 넓혔다. 팀을 잘 아는 기존 코치들, 선수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