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아픈데 아들이 당연히 울어야지.” 그야말로 무뚝뚝하기 그지없는 반응. 그러나 눈빛에는 애틋한 마음이 가득했다.
삼성 베테랑 포수 진갑용(39)의 얘기다. 진갑용의 아들 승현(10) 군은 4월 30일 대구 넥센-삼성전 도중 TV 중계화면에 거듭 등장해 화제의 인물이 됐다. 진갑용이 8회초 장기영의 파울 타구에 왼쪽 팔 안쪽을 맞고 괴로워하며 쓰러졌는데, 때마침 야구장을 찾았던 승현 군이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는 모습이 생생하게 포착된 것이다. 진갑용은 1일 넥센전에 앞서 “나야 당연히 몰랐다. 나중에 선수들에게 ‘승현이가 많이 울었다’는 얘기를 듣고 놀랐다”며 “정작 경기가 끝나고 아들을 만나니 그냥 실실 웃더라. 집에 가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아들의 눈물’ 하이라이트 동영상도 함께 봤다”며 웃어 보였다.
세상의 모든 아버지가 그렇듯, 진갑용 역시 자신을 빼닮은 아들을 무척 아낀다. 아들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 지난해 야구를 시작했고, 대구의 한 리틀야구단에서 투수로 활약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프로야구 스타인 아버지의 덕을 톡톡히 봤다. 삼성의 괌 스프링캠프 때 아버지와 한방을 쓰며 쟁쟁한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는 기회를 잡았기 때문이다. 진갑용은 “다른 건 몰라도 운동신경은 확실히 있는 것 같다”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