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북 치고 장구 치는 괴물’이다. 류현진(26·LA 다저스)이 다시 한번 화끈한 타격솜씨를 자랑했다.
류현진은 1일(한국시간) 콜로라도전에서 5-1로 앞선 3회말 2사 1·2루서 통쾌한 우전적시타로 메이저리그 데뷔 첫 타점을 신고했다. 무엇보다 안타를 친 상황이 흥미로웠다. 3회말 2사 2루서 콜로라도 벤치는 8번타자 후안 우리베를 고의4구로 보내도록 지시했다. 당연한 수순. 그러나 상대를 잘못 골랐다. 9번타자 류현진은 입술을 굳게 다물고 타석에 들어선 뒤 콜로라도 선발투수 호르헤 데라로사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볼카운트 1B-2S서 원바운드성 유인구(커브)는 골라내고, 바깥쪽 직구 2개는 연속 파울로 걷어냈다. 그리곤 7구째 시속 148km 몸쪽 직구를 기술적으로 밀어 쳐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깨끗한 안타로 연결해버렸다. 승부에 쐐기를 박는 적시타. 류현진은 경기 후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안타를 치겠다는 마음뿐이었다”며 웃었다.
2회말 무사 1·2루선 희생번트를 대다 첫 병살타를 경험하기도 했다. 콜로라도 3루수 놀란 아레나도가 달려든 뒤 3루∼1루로 이어지는 더블플레이를 완성했다. 5회에는 삼진.
류현진은 4월 14일 애리조나전 3타수 3안타를 포함해 이날까지 타자로서 12타수 4안타(타율 0.333)로 숨어 있던 타격재능을 한껏 발휘하고 있다. 1타점과 1득점도 곁들였다.
메이저리그에선 1980년 이후 매 시즌 포지션별로 가장 공격력이 뛰어난 선수에게 ‘실버슬러거 상’을 수여하고 있는데, 류현진은 현재의 타격 페이스라면 내셔널리그 투수 부문 실버슬러거 후보로 손색없다. 우리가 무엇을 상상하던 그 이상을 해내고 있는 류현진이다. 빅리그 타자들을 추풍낙엽처럼 쓰러뜨리는 투구도 놀랍지만, 빅리그 투수들을 상대로 안타를 쑥쑥 뽑아내는 타격은 기대조차 하지 않았던 부가서비스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