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하이브리드 축구 최강 스페인을 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3일 03시 00분


‘전방위 압박 + 전원 역습’ 뮌헨, ‘점유율 축구’ 바르사 또다시 대파
독일팀끼리 UEFA 챔스 결승 잔치

누구도 무너뜨릴 수 없을 것 같던 스페인의 ‘점유율 축구’가 독일의 ‘하이브리드 축구’에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2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2012∼2013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에서 바이에른 뮌헨(독일)이 FC 바르셀로나(바르사·스페인)를 3-0(1, 2차전 합계 7-0)으로 꺾고 결승에 올랐다. 전날 도르트문트(독일)도 레알 마드리드(레알·스페인)를 1, 2차전 합계 4-3으로 꺾고 결승 무대를 밟아 이번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26일·영국 런던)은 독일 축구의 잔치가 됐다.

4강전에서 독일 팀들은 스페인의 점유율 축구에 비수를 꽂았다. 공격과 수비 전술이 적절히 혼합된 독일의 ‘하이브리드(두 가지 이상의 요소가 하나로 합쳐짐) 축구’는 ‘게겐 프레싱(전방위 압박 전술)’으로 불리는 압박 수비에 기반을 두고 있다. 볼을 빼앗긴 뒤 자신의 진영으로 물러서 수비 라인을 재정비하는 것이 아니라 최전방 공격수부터 조직적으로 수비 진영을 갖춰 상대를 빠르게 압박하는 방식이다. 상대 진영에서 패스를 차단한 뒤에는 스피드가 좋은 공격수와 측면 수비수를 앞세워 빠른 역습을 전개하기 때문에 사실상 ‘공격을 위한 수비 전술’이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과거에는 이 전술을 완벽히 구현한 팀이 없었지만 독일 팀들은 탁월한 신체조건과 강한 체력에 기반을 둔 기동력으로 스페인 팀들을 압도했다”고 분석했다. 또 긴 패스와 강한 몸싸움 위주의 축구를 했던 1970년대의 ‘투박한 전차 군단’과 달리 최근 독일 선수들은 개인기와 간결한 패스 능력을 모두 갖췄다. 이에 따라 독일 팀들은 상황에 따라 스페인과 같은 점유율 축구를 구사할 수 있는 유연성도 갖추게 됐다.

바르사와 레알은 스페인 대표팀 선수들을, 뮌헨과 도르트문트는 독일 대표팀 선수들을 대거 보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클럽 팀에서의 결과가 자국 대표팀 경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한다. 독일이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우승한다면 점유율 축구가 지배하고 있던 세계 축구계는 지각 변동을 맞게 될 것이다. 최근 네 차례 월드컵을 거치는 동안 세계 축구계는 요동쳤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과 2002년 한일 월드컵은 개인기가 뛰어난 스타플레이어의 시대였다. ‘아트사커’ 프랑스는 경기 조율 능력이 뛰어난 지네딘 지단을 앞세워 프랑스 월드컵 정상에 올랐고, ‘삼바 축구’ 브라질은 호나우두 등 남미 선수 특유의 개인기로 한일 월드컵 우승을 차지했다.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는 ‘빗장 수비’로 유명한 이탈리아가 7경기에서 단 2골을 내주며 정상에 올랐다. 공격 축구와 수비 축구의 대립 속에 등장한 점유율 축구의 명가 스페인은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이며 우승컵을 안았고 이후 최근까지 세계 축구계를 주름잡고 있다.

2일 뮌헨에 패한 뒤 바르사 미드필더 사비 에르난데스는 “우리는 기술, 체력, 힘, 정신 모든 면에서 밀렸다”며 완패를 시인했다. 클럽팀 간의 대결에서는 스페인이 독일에 완벽히 무릎을 꿇었다. 이제 관심은 브라질 월드컵에서 독일과 스페인 중 어느 나라가 정상에 오르며 세계 축구의 흐름을 이끌어 갈지에 쏠리고 있다. 이번 UEFA 챔피언스리그 4강전을 통해 본격적으로 불이 붙은 독일과 스페인의 축구 대결. 독일의 완승으로 끝난 이번 대회를 통해 세계 축구의 주도권 싸움은 안갯속으로 들어갔다. 분명한 것은 2014년 브라질에서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자가 세계 축구의 새로운 지배자로 우뚝 선다는 것이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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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뮌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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