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랑말랑 정구공, 물렁물렁 경기 아니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3일 03시 00분


공 가벼워 변화무쌍 휘는 묘미… 단세트 승부라 지루하지 않아

1923년 6월 30일 서울 경성제1여고(현 경기여고) 운동장에 3만 인파가 몰려들었다. 제1회 전국여자연식정구대회를 보려는 사람들이었다. 당시는 경성(서울) 인구가 약 25만 명밖에 되지 않던 시절이었다.

이 여자 정구대회는 국내에서 가장 먼저 열린 여자 스포츠 대회였다. 이후 2006년 ‘동아일보기 전국정구대회’로 이름을 바꾸고 그해부터 남자 선수 출전을 허용했다. 올해까지 91년 역사는 단일 종목으로 따졌을 때도 국내 최고(最古)다.

6∼10일 경북 문경에서 열리는 올해 대회에는 110여 개 팀 700여 명이 참가한다. 이 중에는 일본 실업팀 ‘와타큐 세이모아’와 후쿠치야마 세이비여고 선수 40여 명도 포함돼 있다.

정구 팬들의 관심이 쏠린 남자 일반부 단체전에서는 문경시청과 달성군청이 정상을 두고 다툴 것으로 전망된다. 여자부에서는 안성시청과 NH농협은행이 우승에 가장 근접한 팀으로 꼽힌다.

정구(soft tennis)는 1883년 일본에서 테니스용품을 구하기 어려워 고무공과 가벼운 라켓으로 경기한 데서 유래한 종목이다. 김태주 대한정구협회 사무국장은 “가벼운 정구공이 바람을 타고 휙휙 변하는 묘미는 테니스에서 볼 수 없는 정구만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테니스는 점수를 부를 때 0(러브), 15(피프틴), 30(서티) 하는 식으로 부르지만 정구에서는 0(제로), 1(원), 2(투), 3(스리)다. 1세트 만에 승부를 결정짓기 때문에 경기 진행 속도도 테니스보다 빠르다.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아경기에서 정식 종목이 된 이래 한국 선수들이 정구에서 따낸 금메달은 총 16개. 구기 종목을 통틀어 가장 많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정구#여자 정구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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